또다시 한국 경제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경제가 위기냐 아니냐의 판단을 위해서는 보다 학문적이고 실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지 소비가 줄고 투자가 위축된다고, 유가가 급등했다고, 중국 경제가 불안하다고 해서 경제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경제위기 가능성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외환·금융·실물부문의 문제점들을 짚어보아야 한다. 외환부문은 2004년 3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1,600억달러를 상회하였고, 단기외채 비중이 35%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 금융부문은 그동안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중개기능이 안정화되었다. 상당수의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였고 금융감독기능이 강화되었으며 부실채권도 많이 줄어들었다.
현재 경제 위기론의 근거는 수출이 잘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계속 위축되는 데 있다. 투자는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계속 줄어들어 GDP 대비 1986년 수준을 하회하고 있고, 소비는 신용불량자 양산 등으로 위축되고 있다.
향후 소비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내수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금융기관의 부실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해 일본처럼 내수부족으로 인한 장기침체에 빠질 지도 모른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내수 부문과 수출입 부문이 균형을 잡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내수 위축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가 대규모의 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올해 1·4분기에 5.3%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외환 보유액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현 상황에서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는 안정적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면 통화관리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원화의 절상압력이 가중되어 수출 증가율을 둔화시킬 수밖에 없다.
투자를 늘려 해외부문에서의 성장 기여도를 낮추는 대신 내수부문의 성장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가 늘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투자가 다시 늘어난다는 투자의 가속도원리를 통해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하게된다. 물론 투자가 너무 지나치게 된다면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어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 경제가 장기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부양책보다는 국내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어디에 투자하느냐 하는 것이다. 경공업은 중국 등 개도국과 비교하여 상당 부문 가격 경쟁력을 잃었고, 정보통신 산업 및 자동차 산업을 제외한 중화학 공업도 개도국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어느 산업을 선택하느냐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투자가 대폭 위축되면서 정부는 다급한 마음에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정부가 특정산업을 육성해서 경제성장을 견인하기에는 우리 경제 규모가 너무 커졌을 뿐만 아니라 경제 개방화로 인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확신할 때 동물적 감각으로 투자를 확대하게 마련이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하나 하나 해소해 주는 것으로 족하다.
정한영
칼스테이트 풀러튼 교환교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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