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집마다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들이 있다. 아이들 친구 중에는 방안에서 뱀도 기르고 작은 악어도 기르며 어른들이 싫어하시는 쥐도 기르는 집이 많다.
앨러지가 있다는 핑계로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던 나의 집에도 조그마한 어항이 두개가 있다. 그 속에는 구피(Guppy, 송사리과의 관상용 열대어)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물고기가 있는데 예쁘게 생긴 것도 아니고, 특별한 종자도 아 니다.
실제로는 비싼 관상용 물고기의 살아있는 먹이로 쓰이는 것인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과학 실험용으로 쓰다 집으로 가져온 것이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가격으로는 10센트짜리 물고기 두 마리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어항이 두개요 필터와 히터 그리고 먹이와 산소까지 몇 백 배를 투자해야만 했다. 더욱이 어항 청소까지.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성을 들여 키우는 이유가 있다. Guppy는 알을 낳는 일반 물고기와는 달리, 한 달에 한번씩 다음 세대가 엄마 Guppy로부터 직접 태어난다. 한꺼번에 수십 마리까지의 새끼를 낳는데 제때 부모로부터 분리해 주지 않으면 어미나 이웃들에 의해 모두 잡아먹히고 만다.
아무 무늬도 없고 모양도 없는 이 Guppy들을 아이들은 아침저녁으로 살펴준다. 특히 새끼를 낳을 때가 가까워지면 몇 시간을 꼼짝도 하지 않고 어항 앞에 앉아 있을 때도 있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키워서 Guppy 공장을 차릴 거냐고 놀리는 사람도 있지만 난 감사할 일이 많다.
아이들은 집을 비울 때는 먹이를 걱정하고, 밤새 태어날 지도 모르는 어린 Guppy들이 미처 보지 못한 사이 잡아먹히지 않을까 마음을 졸인다. 또한 배부른 어미 Guppy가 어항 청소 시 스트레스를 받아서 조산할까봐 조심하고 늙어져 버린 Guppy는 헤엄쳐 다니는 모습이 힘이 없어 보인다고 안쓰러워 한다.
조그만 어항 속에서 아이들과 우리가 사는 모습이 그 속에 똑같이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별 가치 없는 Guppy라고 내버려두면 며칠 가지 않아서 빈 어항만 남을 것을 알기에 조그만 그 어항을 수시로 보살핀다.
박수경/론 오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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