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신문에 거의 정기적으로 몇 달에 한번씩 실리는 기사 중 하나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언제 남한에 답방을 오느냐에 대한 추측기사이다. 어떤 때에는 무슨 산타할아버지의 방문을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워낙 바깥 나들이를 안 하기로 이름난 사람에 대한 일이기 때문에 관심이 크고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남한의 땅을 밟는다는 것이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은 사실이지만 남한의 언론과 정부가 이일을 두고 지나친 관심을 보이고 수선을 떠는 것은 적절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한 국가의 수반이 다른 국가를 공식 방문하면 지나치게 길지 않은 시기 안에, 그리고 방문을 했던 수반이 퇴임하기 이전에, 답방을 하는 것이 국가 간의 예의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것이 2000년 중순이었으니 두 사람 사이의 나이 차이로 보나, 국가 간의 예의로 보나, 남과 북 사이의 화합을 원하는 양 측 국민 정서로 보나 김정일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 퇴임 전에 답방을 했어야 하는 것이 옳았다.
남과 북을 아울러 우리 나라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정서 중의 하나는 노인에 대한 경의와 예우이다. 남북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이 노구의 김 대통령에게 보여준 예의와 배려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 큰 몫을 했다.
그러나 그 후 갖가지 스캔들과 가속해서 다가오는 노쇠 현상으로 눈에 보이게 허약해진 김 대통령의 간절한 바람을 끝까지 외면한 김 위원장의 처사는 애초에 남북 정상회담 자체와 그 과정에서 보여준 제스처가 거액의 현금을 챙겨 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수행한 허상의 연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남과 북이 화합 공존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민족의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원칙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이러한 더 큰 일을 위하여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같이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화의 상대방이 어떠한 사람이라는 것을 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2년 전 일본과 북한 간의 수교가 거의 이루질 것 같았던 단계에서 갑자기 어긋나게 된 것은 북한이 그때까지 일관되게 부인해오던 일본인 납치 사건을 인정하였기 때문이었다. KAL기 폭파를 자백한 김현희가 오래 전에 실종된 일본인을 그녀의 일본어 선생으로 지적함으로써 시작되었던 일본인 납치 의혹이 명백하게 사실로서 확인된 것이다. 우리가 민족의 앞날을 위하여 대화를 하여야만 하는 상대방이 어떠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사건이다.
대화의 노력을 계속하되 경계를 늦추지는 말아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정부를 자처하고 나선 노무현 대통령이 만나주는 대가로 거액의 검은 돈을 비밀리에 바치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일이다.
김철회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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