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당체제는 보수당, 녹색당, 개혁당 등 소수당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결국 민주당과 공화당 양 당 대결의 구도로 집약된다. 5,000만 달러의 거액을 들인 민주당 전당대회는 보스턴 출신 존 케리와 남부 출신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의 정·부통령 후보 지명으로 현 공화당 대통령 부시와 막상막하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양당 후보 모두 예일대학 출신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경제, 외교, 사회, 교육 정책에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대선 대결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부시가 경험 못한 월남전 자원의 애국심과 전우를 구출키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전쟁영웅의 케리를 유권자들에게 부각시키기 위해 월남전에 참전, 불구가 된 전 조지아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 맥스 클리랜드를 필두로 10여명의 월남전 전우들을 무대에 동석시킴으로써 케리 후보의 애국심과 충성심을 홍보시키는데 역점을 두었다.
낮은 세금, 작은 정부, 작은 규제, 시장경제를 주창하는 공화당 정책기조와는 달리 민주당은 고율의 조세정책으로 정부지출 증대, 경제성장 보다는 소득 재분배 과정을 통해 중산층을 보호하는 정부 주도형 경제정책의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종종 양당이 각 당의 특성을 혼합하거나 첨가시켜 때로는 양당 정강정책의 특징이 불투명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20년 간의 상원 경험과 학창시절부터 정치활동에 관심을 쏟으며 다져온 화술과 위엄 있는 케리는 클린턴 정부가 이룩한 균형예산을 과중한 전비 지출로 4,700억 달러의 거대한 예산적자를 초래한 공화당 경제정책을 공격했는데 설득력이 있었다. 이라크 전의 고전으로 애당초의 명분이 퇴색한 점을 싸잡아 비판하며 백악관의 신용과 위신 추락을 회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는가 하면 실업률을 낮추고 캐나다식 전 국민 건강보험제를 수립하겠다고도 하였다.
8월말 뉴욕 시에서 거행되는 공화당 전당대회와 비교가 되겠지만 케리의 지명 수락 연설은 미국 유권자들에게 원칙과 가족적 가치관, 낙관적 생활관을 제시하는 ‘희망을 주는 당’의 인상을 심었다. 케리는 이번에 미국 ‘자유의 요람’(Cradle of Liberty), 청교도 정신, 미국의 독립정신이 서린 보스턴 출신으로 제2의 케네디 같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정책면에서 서민적 정치를 강조했던 케네디 전 대통령처럼 부유층과 상류층을 주축으로 명맥을 이어온 공화당의 대기업 특혜, 상류층에 유리한 세제 허점의 근절, 사라져 가는 미국 제조업의 육성, 만인에게 균등한 경제적 기회, 자유를 주는 대중정부 건설, 국내 실업을 증가시키는 해외 고용(Outsourcing) 중단,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정책,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미국 국가 상 수립 등등 유권자들에게 호감 가는 정책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300만 극빈자 구제, 400만 미국 국민에게 건강보험 제공, 중산층 감세 정책 공언은 막대한 정부지출 증대로 균형예산 달성과 상충되는 선거공약이 분명하지만 일반대중 유권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연설이었다.
차기 대통령은 미국 국민이 선택하겠지만 수준 높은 국민 의식 수준과 이에 호응하는 자격 있는 정치인들이 투명한 과정과 경쟁을 통해 능력과 자질, 지도력을 검증 받고 국민의 지도자, 아니 세계의 지도자로 선출되고 있는 미국에 산다는 것에 한인의 한 사람으로서 크나큰 긍지를 가지게 된다.
이호제/대통령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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