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LA 다운타운의 부랑자 거리로 나가면 홈리스들이 줄지어 있다. 간단한 예배를 마치고 배식이 시작되는데 가끔 줄서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비록 홈리스들이 모인 곳이기는 하지만 질서가 있을 때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된다. 그러나 몇 사람 때문에 질서가 깨어지면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추한 곳이 되고 만다.
얼마 전 코리아타운은 불법이 난무하는 곳이라는 뉴욕 타임지의 보도가 있었다. 실내 음식점이나 커피숍에 금연 표지가 있는데도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곳, 새벽 2시 이후에 술을 팔 수 없게 되어 있는데도 술을 파는 곳, 술집에 접대부를 고용하여 영업하는 곳... 이러한 내용들이다.
오래 전 일이 생각났다. 타 주에서 처음으로 코리아타운에 입성하는 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친구와 밤새 운전을 해서 새벽 코리아타운에 도착 하니 한글 간판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오랜 시간 운전했고 한국음식이 먹고싶어 찾아보니 설렁탕 집이 보였다. 그 반가움을 무어라 표현하랴. 들어가 단숨에 한 그릇을 해치우면서 왜 이 새벽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 의아해 했었다. 설렁탕 집 주차장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하였고 젊은 남녀들이 쌍쌍을 이루어 차에 올라탔다. 도대체 이 새벽에 그들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것인가. 나중에 코리아타운에는 새벽까지 영업하는 술집들이 즐비하다는 것을 알았다.
코리아타운에서 동창들을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이라 너무 반가웠다. 저녁식사를 나눈 후 어디 가서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지만 동창들이 간 곳은 술집이었다. 그 날만은 동창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으로 따라갔다. 그러나 그곳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곳이었다. 술이나 마시면서 지난 일들의 추억을 나눌 것으로 기대했지만 술집 아가씨들도 합석되었고 담배 연기로 공기는 탁했다. 더 이상 앉아 있기 어려워 잠시 있다 나왔지만 동창들은 또 다른 곳으로 가 새벽까지 술을 마셨고 결국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우나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코리아타운은 한국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먹고 마시는 장소는 이곳 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할 정도로 새벽까지 흥청대고 있다. 그래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경우도 많고 알콜 중독자들, 마약 중독자들 그리고 노름 중독자들이 점점 늘어나 거리선교회 재활센터는 한인 홈리스들로 넘쳐 나고 있다.
며칠 전 신문에는 뒷돈을 주어 저소득 아파트를 차지한 한인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저소득 아파트에 살면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서류 상 저소득층’ 때문에 우리가 타민족에게 비난을 받는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법을 지키지 않는 한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리아타운만큼 훈훈한 곳도 없다. 존폐위기에 놓인 나눔 선교회와 UCLA 한국음악 학과를 도와 회생시켰다. 사랑의 빛 갚기 운동을 통해 수많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고국의 어려운 일을 당하면 힘을 모아 돕는 일에 인색하지 않는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일에 조금이라도 절제를 한다면 어려움을 당하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코리아타운에 인구 유입이 급속히 증가한다고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곳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 법을 잘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타민족들에게 무시를 당하게 되고 이곳은 추한 곳이 될 수밖에 없다. 법을 잘 지키는 것이 우리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다.
(www.streetla.org)
김수철 목사·거리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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