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뮤직 홀에서나 성능이 좋은 스테레오 시스템을 통해 아름다운 교향곡을 들을 때 우리는 황홀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아름다운 선율들이 우리의 마음 구석구석에 밀물처럼 스며 들면서 일상의 잡다한 일들을 잊게 한다.
그래서 요즈음엔 아름다운 음악으로 병도 치료한다. 그런데 훌륭한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도 아름답지만, 깊은 산 속을 걷다가 잠깐 나무 밑에 앉아 쉬면서 듣는 솔바람 소리와 산새들 소리가 어우러진 자연의 교향곡은 더욱 아름답다.
그렇다면, 끝없이 광대한 우주에서 들려 오는 교향곡은 어떠할까. 아마도 우리가 쉽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교향곡은 아닐 것이다.
지난 2002년 미 항공우주국의 찬드라 엑스레이 천문대는 처음으로 거대한 블랙홀로부터 한 음파를 감지했다. 그 음은 지금 까지 우주에서 감지한 것 중에서 가장 낮은 음이었다. 많은 물리학자들은 이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음파들이 천체물리학의 오랜 의문점들에 어떤 해답을 주지 않을까 하고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2억5천만 광년 떨어져 있는 페르세우스 성단 속에 있다. 천문학자들은 거대한 가스로 이루어진 이 성단 속에서 잔물결들이 일어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잔물결들은 성단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로부터 수십만 광년을 날아온 음파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세계적 블랙홀 연구가로 유명한 영국 케임브리지의 앤드루 파비안 교수는 “우리는 블랙홀에 의해서 거대한 빛과 열이 방출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블랙홀로부터 음파가 나온다는 사실은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음악용어에 의하면, 블랙홀이 만들어 낸 이 소리는 B플랫 음으로 표현 될 수 있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우주가 연주하는 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 이유는 이 음이 중간 C음 보다도 57 옥타브나 낮기 때문이다. 이 음은 우주에서 탐지된 음 중에서 가장 낮은 음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 음은 지난 25억년 동안 블랙홀에서 계속 울려 나왔다고 추정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페르세우스 음파들이 단순히 블랙홀 내에서 만들어진 음향으로 취급되기 보다는, 우주에서 은하계들의 생성과 성장에 관한 명확한 해답을 줄 가능성이 있는 귀중한 열쇠로 보고 있다.
그러면 끝없이 광대한 우주에서 들려 오는 저 깊고 깊은 소리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근에 현대 물리학자들은 별과 은하, 성단 등 광활한 우주의 현상들을 이해 할 수 있는 일반 상대성 이론과, 분자와 원자 그리고 그 내부에 존재하는 전자 및 쿼크 등의 소립자 세계를 설명해 주는 양자역학 사이의 대립 관계를 해소시키는 최고의 이론으로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을 든다.
초끈이론에 의하면 미시세계의 만물들은 모두 조그마한 고리 모양의 끈으로 이루어져 있고,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줄이 각기 고유의 공명 진동수를 갖고 있는 것처럼, 이 끈들도 자신의 진동패턴에 따라 끊임없이 진동을 반복하면서 우주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이론에 의하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궁극의 최소단위는 점같이 생긴 입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진동하는 가느다란 고리형 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없이 많은 고리형 끈들이 각자 자신의 진동패턴에 따라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는 이 우주는, 하나의 웅장한 우주 교향곡이 연주되고 있는 거대한 무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손국락 라번대 겸임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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