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소송 물거품… 위안부 강요 사실은 인정
일제가 일으킨 침략 전쟁에 군인과 군속,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던 한국인 피해자와 유가족 등 35명이 일본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아시아 태평양 한국인 희생자 보상 청구 소송’이 13년여에 걸친 재판 끝에 29일 기각됐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날 제2법정에서 열린 상고심에서 전쟁 피해와 전쟁 희생에 대한 보상은 헌법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단순히 정책적 견지에서 배려여부를 고려할 수 있는데 지나지않는 사안이라며 한국인 피해자들이 가해자인 일본국가를 상대로 1명당 2천만엔을 보상하라는 요청을 기각했다.
다만 재판소는 원고들이 1940년대초 일본군에 강제 입대, 전몰하거나 위안부로 끌려가 일본군을 상대하도록 강요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이날 공판 시작과 동시에 3명의 재판관이 ‘기각, 소송비용은 원고부담’이라는 짤막한 선고문을 읽은 뒤 곧바로 퇴장하자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등 원고들은 일제히 방청석을 박차고 재판정으로 뛰어들어가 판결은 무효, 비인도적 판결에 불복한다며 15분여간 울분을 토해내는 등 큰 소동이 일었다.
당초 40명이었던 한국인 원고들은 1965년 한ㆍ일 청구권 협정은 양국 국교정상화의 일환으로 정부가 청구권 문제를 타결했던 것일 뿐,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일본국가의 개인 보상 책임은 해결되지 않았다며 1991년12월 도쿄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원고들은 ▲전쟁에 의한 재산권 침해의 배상 ▲일본국적을 잃었던 한국인에의 보상조치 거부는 평등권 위반 등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33차례의 심리 끝에 2001년 나온 도쿄지법의 1심 판결은 국제법상 가해국에 대한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기각했다.
또 도쿄 고등법원이 내놓은 지난해 7월 2심 판결 역시 일본국이 위안부 등에 대해 취했어야 할 ‘안전배려 의무’ 위반은 최초로 인정하면서도 한ㆍ일 협정을 들며청구권은 소멸됐다고 확인했다.
이날 상고심에 이르기까지 모두 42차례에 걸친 이번 공판은 9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처음으로 원고로 참여, 법정에서 직접 옛 일본군의 만행을 증언하는 등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본격적인 대규모 전후 보상 소송으로 국내외의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한국인 위안부 등 피해 당사자들이 침묵을 깨고 자신들의 보상 문제를 직접 제기, 그 후 일본 정부 등을 상대로 한 아시아 피해 각국의 전후 보상이 봇물터지듯 잇따르는 계기가 됐다.
원고단은 이날 판결 후 최고재판소 앞에서 회견을 갖고 일제는 조선인 강제연행 희생자들에 대한 관련 문서 모두를 즉각 공개하고 사망자 유가족들에게 유해 현황을 통보하며, 유해를 찾지 못한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배상을 국제관행대로 시행하라며 ‘미반환 유해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배상 청구소송을 일본 법원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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