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토하는 것은 왠지 기쁜 생일날에는 걸맞지 않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레그 록과 또래들에게는 21세가 되면서 치러야 할 신고식과 같은 것이다.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거치게 되는 일종의 통과의례다. 미네소타 대학에 다니는 록은 학교 친구들과 바카디 럼을 한 병 마셨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가볍게 목을 축인 것이다. 그리고는 대학 캠퍼스 내 술집으로 향했다.
합법 음주연령 21세 되는 시간, 캠퍼스 내 ‘통과의례’
미네소타, 사망 빈발하자 당일 아침 8시까지 술 판매 금지
위스콘신은 관대… 어린이도 부모 동행 시 술집서 맥주 마셔
업계는 정부의 규제조치에 반발, 학계와 부모들은 전폭 지지
록이 만 21세가 되는 ‘매직 아워’(Magic Hour)는 자정부터다. 술집의 스탠드에는 3병의 술이 놓여 있었다. 짐 빔, 조니 워커, 잭 데니얼스 등. 그리고 실내 음향 시스템에서 라모네스의 ‘I Wanna Be Sedated’가 흘러나왔다. 록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대학 4학년인 그는 먹은 술과 음식을 토했다. 견디지 못한 것이다.
대학 캠퍼스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자정이 넘어서면서 구내 술집에서는 젊은이들이 몰려 술을 마신다. 특히 21세를 맞는 학생들은 자정이 넘어서면서 술을 마구 마신다. 21세가 된 직후의 몇 시간, 이를 ‘파워 아워’(Power Hour)라고 부른다. 시시주간지 ‘뉴스위크’가 이 ‘파워 아워’를 소개했다.
이 대학에 다니는 20세의 스티브 존슨은 오는 8월 21세가 되면서 록이 했던 통과의례를 거치게 된다. 존슨은 이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존슨은 록이 했던 것처럼 구내 술집에서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대학생들의 과음이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노스다코타와 미네소타에서 이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 주지사는 21세가 되는 젊은이들에게 당일 아침 8시까지 캠퍼스에서 술을 팔지 못하도록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밤새워 술을 마시고 새벽까지 흥청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노스다코타는 이미 지난달 동일한 법을 만들었다. 젊은이들은 현명하게 술을 마시는 방법을 몰라 폭음으로 몸을 망친다는 게 입법 취지다.
지난해 8월 미네소타 주립대의 제이슨 라인하트는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어머니는 절대 과음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제이슨은 과음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고 같이 마실 친구들이 자신의 과음을 막아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친구들도 술을 자제하지 못했다. 제이슨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제이슨은 자는 도중 사망하고 말았다. 폭음으로 인한 사망이다.
미네소타는 음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인접한 위스콘신에서는 미지근하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분위기는 딴판이다. 인구수는 비슷한데 미네소타의 술집이 1만2,500인데 반해 위스콘신에는 3만개나 있다. 하버드 대학이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위스콘신이 가장 과음을 많이 하는 주로 돼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주 의회는 합법적인 음주연령을 19세로 낮출 것을 검토하고 있다. 연방하원 제임스 젠젠브레너를 포함해 다수의 의원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을 정도다.
위스콘신은 독일의 음주문화가 퍼져 있는 곳이다. 나이 어린아이들도 부모가 허락하고 술집에 같이 있다면 합법적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맥주를 음식처럼 다루는 곳이다. 브랜디라고 해서 그다지 까다롭게 다루지 않는다.
물론 주류업계는 전국적으로 ‘파워 아워’를 규제하려는 방안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술집들은 이미 실내 금연 조치 대문에 손님들의 줄어들었다고 볼멘소리다.
술집주인들은 스스로 과음과 폭음을 관리하는 게 최선책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술을 파는 사람들은 대체로 술에 관대한 편이다. 많이 팔아야 매상을 올릴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음주 연령을 21세로 상향조정하면서 음주로 인한 사망자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제 새로운 ‘파워 아워’ 관련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을까? 하버드 보건대학에서 대학생 음주연구를 관장하는 헨리 웩슬러 박사는 ‘파워 아워’법이 대단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보호할 수 있다면 그러한 법은 유익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과음으로 잠자다 사망한 미네소타 대학생 제이슨의 어머니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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