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떼어서 손가락에 달면 어떨까? 귀는 양어깨 옆에 달고, 발바닥에 소뇌를 옮기고, 대뇌와 대뇌피질은 머리에 그대로 두고, 숨골은 아무래도 폐와 심장 사이에 두고 코는 떼어다가 배꼽 위에 붙이면, 온몸이 균형 대우를 받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숨골과 눈과 귀가 목 아래 있으니, 목이 잘려도 보고 듣고 숨도 쉴 수 있다. 단지 대뇌가 없어졌으니 생각하고 느끼지는 못하겠구나, 그러니 기왕이면 대뇌의 일부도 뱃속에다가 옮겨 놓으면 목이 잘라져도 그 인간이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머리를 심하게 다쳐도 뇌사를 방지할 수 있으니 대단한 인간이 되는 셈이다”
이런 무지한 계획을 하는 수술팀 의사들에게 머리와 얼굴은 반발한다.
“머리 속과 얼굴에는 쓸만한 것은 별로 남지 않고 문자 그대로 빈 골이 될 터이니 그럼 우린 ‘골빈당’이 되란 말이냐”
수술팀 의사들은 대답한다.
“보고 듣고 기억/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하는 대뇌와 호흡 및 심장 관장기관, 성호르몬을 비롯한 모든 호르몬을 관장하는 뇌하수체, 운동신경을 관장하고 밸런스를 맞추는 소뇌 등 온몸을 관장하는 기관과 가장 중요한 외관인 얼굴이 목 위에 있으니, 손의 노력으로 혹은 발이 잘해서 받는 영광을 머리와 얼굴만이 독점하도록 해서는 안되겠다. 인간의 오장육부가 다 골고루 대우를 받고 영광을 받고 존중받기 위해서는 머리와 얼굴 부분을 분산 이식수술을 해야겠다.”
한국에서 거론되는 수도 분할이전과 지방 균형발전 주장을 보면서 떠오른 상상이다. 같은 맥락인 수도 분할이전 법이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던 의원들에게서까지 찬성을 얻어서 국회를 통과했다는 사실은 믿을 수 없었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헌으로 판결한 헌재까지 더 악법인 분할이전을 합헌이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국민들만 혼미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균형 발전’이란 그럴 듯하고 해볼 만한 일인 것 같지만, 그런 공약(空約)을 실천에 옮기려고 할 때는 지방균형 발전이라는 발상 자체의 허구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의 발전은 ‘균형발전’이 아니라 그 지방의 특수성에 맞는 ‘다양성 발전’이어야 한다. 제주도는 제주도에 맞게 관광/레저산업 등 무공해 제주산업을 발전시켜야 하고, 충청도는 교육 혹은 과학기술단지의 충청도의 특수성을 다양하게 개발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한 마디로 각 지방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발전을 기도해야 할 일이다.
‘균형발전’이라는 허구에 밀려, 중앙정부의 관청과 공공기업을 쪼개어 각 지방에 나누어주어서는 서울도 수도답지 못하고 지방도 지방답지 못하게 된다. 뇌의 일부를 쪼개어 몸의 각 장기에 나누어서 이식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발상이다.
이런 허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여야 합의하에 통과시킨 ‘수도 분할이전’이란 ‘행정수도 이전’ 보다 더 웃기는 법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각 지방마다 유치 경쟁을 한다니 국민들만 힘이 들고 국가 경제만 기울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치료를 거부하는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도 그들의 망상이 망상으로만 남아 있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다. 망상을 실천하려고 할 때가 바로 위험해지는 시기이어서 강제치료를 요하게 된다.
어느 민주국가에서나 정치가들은 선거철이면 공약(公約)과 함께 공약(空約)도 남발하지만, 일단 당선되면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공약(空約)은 공약(空約)으로 끝내는 최소한의 지혜(?)를 발휘한다.
공약(空約)을 실천에 옮길 때는 국가 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500년 수도가 ‘골빈당’이 되려는가.
정균희
UCLA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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