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로 가는 길에서 우리의 눈을 끄는 뉴스 중에 제너럴모터스(GM)와 대한항공의 얘기가 묘하게 경제법칙을 가르치는 강의실처럼 연결이 자꾸 되어 우리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GM의 예는, 한때 세계 제일의 기업이 어떻게 이젠 몇 년 안에 망할 수가 있는 형편이 되었나 하는 싸늘한 경제현실을 가르치는데 안성맞춤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파업은 지난번 아시아나 조종사들의 파업에 이어 어떻게 하면 빨리 GM처럼 되는가 방법론을 가르치는데 제격이다.
먼저 미주 동포들 중에 미국에서 열심히 사시느라 한국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실 시간이 없으셨으면 현실의 배경 설명을 간단히 드리면 이렇다. 아, 고칠 것이 있다. 한국 노동문제가 아니라 한국 대기업 노동문제라 해야 옳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매달 봉급 받아 살기가 힘들어 파업이나 투쟁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 여론이 “조종사들이 한 달에 천만원 이상 받아가면서 어떻게 파업을 할 수 있는가” 하는가 본데, 너무나 모르는 말씀들이다. 천만원 이상 받으니 파업할 여유가 있는 것이다.
아시아나 조종사들 파업 때 우리들은 잘 보았다. 그들은 함께 모여 축구대회도 하고, 야유회도 하고, 정신건강도 좀 챙기고, 그들만의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동안 딴일 하느라 못하던 것들 이 때하는 것이다.
파업으로 한참 쉬고 나면, 그들만의 단합도 되고, 월급도 더 오르고, 선적시간을 넘겨 해외 거래선에 할 말이 없도록 만들어 경쟁에서 어렵도록 딴 기업들에게 발 동동 구르도록 애도 좀 먹여야, 자기들이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리에 있나 경제환경 안에서 실력행사도 되는 장점이 있는데 왜 이런 좋은 것을 안 하겠는가.
한국 대기업 노조들이 무슨 짓을 하건 항상 상정하는 경제적 가정이 있다. “우리가 은퇴하기 전에는 이 기업은 절대 망하지는 않는다”란 가정이다. 아마 십년에서 십오년 정도 일 더하고 은퇴하는 이들이라면 이 가정이 맞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들이 퇴직금이 아니라 회사 퇴직연금을 받는 것이라면 이다음 파업할 때부터는 조금 걱정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왜냐하면 GM 노조원들의 경우가 꼭 지금 이들 조종사들의 경우와 하는 것과 당할 것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GM 노조원들도 지난 수십 년은 좋았다. 심심하면 한번씩 파업을 했고, 파업할 때마다 단기적 결과는 좋기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처럼 GM의 회사채가 정크본드가 되고, 증권 분석가들로부터 몇년 안에 망할 확률이 반은 된다는 얘기가 나오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그러나 기업이란 식물은 항상 물을 주고 정성 들여 가꾸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본다. 잘 뽑은 최고경영자 한 사람이 들어와 죽어 가는 회사를 살리는 경우도 있으나, 그저 그런 최고경영층이 그저 그렇게 경영하다 보면 세계 최고의 회사도 망하는 것이 경제 현실이란 것을. 이래서 필자는 기본적으로 노조의 경영참여를 반대하는 것이다.
경영이란 전문분야이고, 노동운동을 하다가 들어와서 할 수 있는 그런 쉬운 것이 절대 아닌 것이다. 기업인은 노동과 자본을 들여 기업 경영(자기가 하건 전문 경영진을 쓰건)을 하지만, 또한 기업이 실패할 때 적어도 자본을 통째로 잃는 리스크의 부담을 진다. 노동자가 어떻게 리스크 부담을 지는가. 회사가 망하면 지나간 세월 받은 월급을 전부 반환할 수 있는가.
지금 한국은 모든 것이 과도기인 것 같다. 어느 분야이건 무슨 확립된 원칙과 전통이 있어서 의사결정 때 보고 할 수 있는 기본이 없다. 그러나 눈을 들어 살펴보면 해외의 성공과 실패의 사례 중엔 너무나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그 눈으로 보이지 않으면 잘 아는 이들에게 물어라도 봐야 한다.
이종열/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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