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자로서 최초의 노벨상 후보감으로 주목되었던 황우석박사가 논문조작과 줄기세포의 존재여부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아직도 완전한 결론이 난 상태는 아니지만, 이번 사태의 문제점과 원인, 그리고 해결책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번째 문제는 황박사가 자신의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한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한 것이다. 그는 연구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오히려 자신의 연구원을 감싸는 갸륵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졌다.
두번째 문제는 난자제공자들에게 일정한 사례비를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한국인들의 애국심을 유발하여 연구용 난자기증을 위한 지원자들이 줄을 있게 됨에 따라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하였다.
세번째 문제는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의혹이다. MBC방송의 PD수첩팀이 이런 의혹을 방송한 후 비애국적 행위로 치부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논문에 실린 셀 라인 사진들이 조작된 것이란 것이 밝혀지면서 다시 문제는 확대되었고 황박사는 사이언스지에 논문의 철회를 요청하였다.
미국에서는 학자가 논문을 조금이라도 표절하였다는 것이 밝혀지면 종신직 교수라도 해직되며 학자로서의 생명은 끝장이 난다.
1990년대초 유타대학의 한 공학교수는 함께 일한 동료의 이름을 공동저자로 논문에 올리지 않은 것과 자신의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논문을 자신의 이름으로만 발표한 표절사건들로 인해 해직되었다.
하물며 논문내용을 조작한다는 것은 표절과는 차원이 다른 일종의 사기에 해당된다. 논문을 학술지에 제출하면 해당분야의 학자들에게 위촉하여 내용을 심사하게 한다. 심사위원들은 논문의 내용에 대한 심사를 할뿐이지 표절여부나 데이타의 조작여부는 전적으로 저자의 책임이다. 즉 논문을 학술지에 제출한다는 것은 저자가 그 내용이 표절된 것이 아닌 저자의 독창적인 것이며 사실적 데이타를 사용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처음에 MBC가 황박사의 논문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을 때만해도 많은 사람들은 내용상의 문제인줄만 알았었다. 따라서 비전문가 집단인 MBC방송사가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논문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전의 문제 즉 데이타가 조작된 것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후에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런데 황박사는 이 데이타 조작문제를 논문철회로 마무리짓고 줄기세포의 존재여부로 초점을 옮겨가고 있다.
국제적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할 때는 국제적 기준을 따라야 한다. 즉 논문을 표절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되는데 하물며 논문의 조작이란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즉 국제적 기준에 의하면 황박사는 학자로서의 생명이 끝장이 나야한다.
이번 일로 인해 한국학자들의 논문이 국제적 학술지에서 어떤 취급을 당할지, 또한 해외에 있는 많은 한국출신 학자들이 학문적 윤리수준에 대해 어떤 눈총을 받을 지 우려가 된다.
한국은 이번 일을 황박사에 국한된 한 해프닝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학문적 윤리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황박사 자신은 참회하는 심정으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서울대학교는 이 문제를 계기로 논문표절과 조작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세움으로써 한국의 학자들의 학문적 윤리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황박사를 믿고 안믿고 하는 인간적 문제, 더구나 한국적 자존심같은 애국심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제도적 장치를 확립해 나가야 한국내의 건전한 학문발전과 실추된 국제적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진행중인 배아줄기세포의 존재여부와 관련된 의혹를 공명정대하게 밝힘으로써 황박사에게 쏠리는 의혹을 해소하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여야 한다. 황박사가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졌고 이를 이용하여 난치병 치료방법을 개발하며 따라서 한국의 생명공학발전에 이바지하도록 그를 지원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임진혁
새크릿 하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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