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한 한인 무용단의 창단 25주년 기념식은 한국 정부에 실망감을 안겨준 행사였다. 한인사회 형성기인 1980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문화 홍보에만 전념해온 한 한국 무용단의 창단 축하연에 한국 정부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행사 안내 팜플렛에 한국문화를 권장, 홍보해야 할 LA한국문화원(원장 전영재)의 인사말 하나 없었다. 물론 관련 영사들의 참석도 전무했다.
LA한국 문화원은 “한국 문화의 해외 홍보”가 주목적이다. 따지고 보면 ‘해외 홍보’라는 단어가 한인 커뮤니티보다는 주류사회에 더 비중을 둔다는 말로 해설될 수도 있다. 실제로 역대 문화 원장이나 담당 영사들도 한인 커뮤니티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미국 속의 한국 문화 비중은 극히 미약하다. 그들 머리 속에는 화려한 부채를 들고 흔들어 대는 부채춤이나 강한 비트의 북과 꽹과리를 쳐대는 사물놀이 정도로만 그려지고 있다. 그나마 한국 정부보다는 그들이 우습게 보는 이곳 한인커뮤니티의 군소 무용단들의 노력이 더 큰 공헌을 해왔다.
문화원장은 “이곳 무용단 공연은 학예회수준이다” 또는 “연변수준보다 못하다”는 비하 발언으로 한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곤 했다. 수준 낮은 공연에 자신이 참석하는 것조차 수치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도 전해진다.
또 원칙이 애매한 지원금 지급으로 문화단체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감사 기능도 없으니 누구에게 얼마를 어떤 용도로, 또 어떤 기준으로 지원금을 내줬는지 조차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다. 당연히 문화원 마음먹기에 따라 목돈도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이를 둘러싸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수밖에.
한국정부는 귀중한 자산을 잃고 있다. 문화원이 비하하는 한인 무용단원들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태어난 2세 들이라는 점이다. 한국 전통 문화를 배우고 익힌 2세들은 한국 문화의 진정한 전도사가 될 수 있음을 한국 정부는 까마득 잊고 있다. 2년전 LA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해외 한인들이 한국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귀중한 자산이라고 격찬했다. 노 대통령이 진심에서 한 말이라면 한국 정부 파견 부서의 태도는 이래서는 안될 것이다. 귀중한 자산을 가꾸고 키워 가는 노력과 의식이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이 무용단은 이민 2세부터 4세까지 다양한 단원들을 25년간 배출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지금은 대학교수로, 변호사로, 재정상담가로 어엿하게 성장한 25년전 ‘꼬마’ 단원들이 나와 그들에 한국 문화를 가르쳐준 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한국말보다도 장고리듬과 어깨춤이 더 익숙한 이들은 한국 정부가 외면해온 동안 미국 사회 깊숙이 파고들어 한국 문화의 전령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곳 한인 무용단들이 한국 문화 불모지 미국을 개척하며 한국 문화의 해외 홍보에 전념하는 동안 원장은 부적절한 행동으로 주변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동안 ‘연변수준보다 못한 학예회 수준’의 그들은 주류사회 행사 때마다 장고와 부채를 들고 나가 한국 문화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문화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니 다행이다. 2월이면 새 원장이 부임하면 새 분위기로 새롭게 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첨단 시대에 걸맞은 문화 발전을 거듭해 가는 한국 현대 문화의 해외 수출과 진흥도 중요하지만 한국 정부는 해외 동포라는 귀중한 자산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 영화등 문화산업계에서 활동하는 한인들 모두 2세들이다. 그들은 한국 정부가 하찮게 여길 수도 있는 한인사회 사람들이다. 문화원이 한인사회를 무시하고서는 진정한 한국문화의 해외 홍보 효과는 얻기 힘들 것이다.
김정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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