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이라던 미국팀을 완파하고 기쁨을 나누는 한국선수들. 한국은 15일 일본과 방심할 수 없는 한판승부를 갖는다. <신효섭 기자>

7점이상 주고 패하면 탈락할 수도… “져도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일본이 멕시코를 꺾음에 따라 한국의 세계 4강행 티켓은 아직도 예약단계에 머물러있게 됐다. 이로써 15일 오후 7시(LA시간) 애나하임 에인절스테디엄에서 벌어지는 일본전은 아직도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국팀으로서 절대 방심할 수 없는 한판승부가 됐다.
일본은 14일 애나하임 에인절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2차전에서 멕시코를 6-1로 완파하고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일본(1승1패)은 이날 승리로 15일 한국전에서 승리한다면 4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2승)의 경우는 지더라도 일본에 6점이하의 점수를 내준다면 최소한 조 2위로 4강에 오를 수 있어 다소 여유가 있는 입장. 하지만 7점이상의 점수를 내주고 패한다면 16일 미국(1승1패)이 멕시코를 꺾는다는 가정하에 같은 2승1패인 미국, 일본과의 타이브레이커(3팀간 경기 실점비교)에서 밀려 탈락하게 된다.
한편 멕시코(2패)는 탈락이 확정적이나 아직도 실낱같은 희망은 남아있다. 한국이 일본을 꺾을 경우 최종전에서 미국에 이긴다면 미국-일본과 함께 1승2패로 3자동률이 돼 3팀간의 경기에서 최소실점팀으로 조 2위를 차지, 4강에 오를 기회가 남아있는 것.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다.
멕시코가 일본을 꺾었을 경우 일본과의 최종전에 승패 부담이 없어져 18일 벌어질 준결승에 대비해, 전력을 비축할 수 있었던 한국으로선 이제 사력을 다해 덤벼들 것이 확실한 일본과의 3차전이 다소 껄끄럽게 됐다. 일본은 한국을 꺾지 못한다면 4강 진출이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안방인 도쿄돔에서 당한 1라운드의 뼈아픈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서도 한국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칼을 갈아온 팀이다. 한국으로선 패해도 4강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만 의지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1라운드 B조에서 미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2연승으로 시작했다가 최종전에서 멕시코에 대패하는 바람에 타이브레이커에 걸려 탈락했던 캐나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져도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필승의 자세로 일본전에 임해야 한다.
한국은 당초 미국에게 패할 경우 일본전에 박찬호를 선발로 투입하는 초강수를 고려했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국내파 투수위주로 짜여진 라인업으로 미국을 완파한 지금 그런 모험까지 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일단 1라운드 일본전 선발등판이후 아직까지 마운드에 오르지 않고 있는 김선우가 있기에 그가 다시 한 번 일본전에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 이후 마운드 운용방식이 어떻게 될 지는 경기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나 지금까지 이번 대회 5게임에서 7점만을 내준 한국의 철벽마운드가 일본타선을 6점안에서 막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4강에 오른다면 같은 조 1위와 2위팀이 다시 준결승에서 격돌하기 때문에 1위와 2위간에 아무런 좋고 나쁨이 있을 수 없다.
한편 세계 최강이라던 미국은 일본이 멕시코에 승리함에 따라 또 다시 오는 16일 벌어질 멕시코와의 최종전에 나서기도 전에 탈락할 위기를 맞게 됐다. 만약 일본이 투수전 끝에 6점이하의 점수를 올리고 한국을 꺾는다면 무조건 탈락이 확정되는 것. 미국이 4강 희망을 유지하려면 한국이 일본을 꺾어주거나, 아니면 일본이 7점이상을 득점하며 승리하는 길 두 가지 뿐이다. 사상 최고의 드림팀이라던 미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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