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최고 인기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역대 70번째, 외국인 선수로는 1987년 워렌 크로마티 이후 19년 만에 개막전 4번타자로 나선 이승엽(30)은 이미 팀에서 진정한 거인(巨人)으로 인정 받고 있었다.
개막 이후 맹타 행진을 벌이다 지난주 야쿠르트 및 한신과의 5경기에서 슬럼프 기미를 보였지만 팀 관계자들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반응이라는 진단을 내릴 정도로 이승엽의 파워와 정교함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내렸다.
특히 기요타케 히데토시 요미우리 단장은 우리는 이승엽을 ‘스케토(助人.일본에서 외국인선수를 지칭하는 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팀내 최고 스타인 고쿠보 히로키, 다카하시 요시노부 등과 똑같이 대우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 지 50여년이 넘은 일본 야구에서 수많은 용병들이 거쳐갔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스케토’에 불과했다.
그저 소속팀의 우승을 위해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일 뿐 온갖 스포트라이트는 일본 선수들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최고의 활약을 펼치더라도 언론과 팬의 반응은 일본 선수 위주로 치우쳤기에 외국인 선수들이 영원한 이방인으로 겉도는 게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일본프로야구의 역사이자 배타성이 어느 구단보다 강한 요미우리에서 단장이 직접 나서 이승엽을 ‘우리 선수’라고 지칭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홈런과 타점 1위를 휩쓸며 아시아의 거포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이승엽은 개막전부터 결승타와 홈런을 쏘아올리며 ‘결정적인 순간’ 강한 선수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심어줬다.
센트럴리그 최대 라이벌 한신과의 3연전에서도 겨우 2안타를 뽑는데 그쳤으나 그 중 하나가 지난 21일 연장 11회말에 나온 극적인 역전 끝내기 투런포로 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구단 실무의 최고 책임자인 기요타케 단장이 반한 것은 그의 실력과 스타성 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성이었다.
기요타케 단장은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시종 WBC에서 돌아오던 이승엽을 공항에 마중갔던 일을 부각시켰다.
당시 일본 언론에서도 요미우리 단장이 직접 외국인 선수를 맞이하기 위해 공항에 나가는 것을 이례적으로 평가했는데 기요타케 단장은 현장에서 이승엽이 이미 WBC에서의 일은 잊었다. 이제 요미우리 선수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강한 느낌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정규 시즌 20게임을 치른 현재까지 이승엽은 4번의 결승타를 터뜨렸고 4번 주포로 해결사 능력은 물론 후속 고쿠보 히로키, 아베 신노스케로 이어지는 타선의 핵심 연결고리 구실까지 성공적으로 해내며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무덤’, 순혈주의 전통이 유독 강하게 남아 있는 요미우리에서 간판 선수로 떠오른 이승엽이 ‘한류 열풍’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도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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