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으로 같이 사역하다가 6년 전에 사역지를 옮기셨던 분을 다시 반갑게 만나 동역하게 되었는데 저를 보더니 확 달라진 모습이 하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얼굴이 동안인데다가 표정 변화나 흰머리도 거의 없어서 주위에서 늘 그대로라는 평을 자주 듣는 편이라 어제나 오늘이나 앞으로도 별로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착각으로 살고 있었는데 나이는 못 속인다고 역시 얼굴에 주름이 많아졌다는 뜻인가 궁금해서 이젠 나이가 들어 보이느냐고, 아니면 뭐가 그렇게 달라졌냐고 여쭈었더니 뜻밖에도 “얼굴이 커졌다”는 겁니다.
어젯밤 취침 전에 라면을 먹지도 않았고 사순절 기간 내내 성도님들과 함께 많이 굶기도 했으므로 반쪽이 된 제 얼굴을 만지며 살이 쪘다는 말은 아닌 것 같아 ‘얼굴이 커졌다’는 뜻이 무어냐고 되물었습니다.
대답은, 늘 웃는 얼굴로 변했다는 뜻이라고 하셨습니다. 몇 주일 전에도 저희 교회 집사님 한 분이, 제가 처음 부임했을 때보다 훨씬 얼굴이 밝아지고 많이 웃는다는 말씀을 해주신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든 면에서 큰 것을 선호하지만 신체부위에서 만큼은 작을수록 좋은 것은 얼굴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요새처럼 누구나 디지털 사진과 동영상 같은 영상매체를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시대일수록 작은 얼굴에 큰 이목구비를 갖추어야 사진발도 잘 받는다는 걸 배우나 탤런트가 아니라도 다 압니다.
그래서 큰 바위 얼굴을 가진 분들은 얼굴을 작게 보이기 위해 심지어 뼈를 깎는 성형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예쁘게 보이려고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는 거겠죠.
건강에 관한 한 지나치게 커도 좋지 않는 장기들이 많습니다. 간이 너무 커지면 큰일입니다. 부은 거니까요. 위가 과도하게 커져도 많이 먹어야 하므로 위대(?)해지지 말아야겠습니다. 폐가 정상보다 커지면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들어가기 쉬우니 허풍쟁이가 될까 조심해야 합니다. 얼굴이 두꺼워지면 체면불구, 안면몰수, 파렴치한으로 발전할 징조이니 결단코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항상 기쁜 마음으로 웃음꽃이 활짝 펴서 얼굴이 커지는 것은 조금도 염려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월드컵 축구 열기 가운데도 반드시 빛과 어두움이 교차하는 두 얼굴을 동시에 봅니다. 승리한 팀은 환희, 환호성, 환하게 펴진 밝은 표정으로 입이 귀밑까지 올라가서 얼굴이 모두 커집니다. 하지만 패배한 팀은 울상, 슬픔, 실망, 분노, 화나고 어두운 표정으로 얼굴이 모두 쪼그라들고 얼굴의 모든 근육이 입으로 모여 얼굴은 작아지고 입만 삐쭉 나옵니다.
예배드릴 때 성도님들 표정이 환하고 밝으면 설교하는 목사의 얼굴이 해피 페이스(happy face)로 커집니다. 담임목사의 얼굴은 성도님들 얼굴을 정확하게 반사하는 거울이라고 봅니다. 면류관과 보석처럼 빛나며 커진 우리 성도님들 얼굴이 반사되어 제 얼굴이 커졌습니다.
홍 성 학 목사
(새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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