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을 쓴 J S 밀은 보기 드문 천재였다. 3살 때 그리스말을 읽고 쓸 줄 알았으며 8살 때는 헤로도투스와 플라톤을 원어로 읽었다. 또 그 나이에 라틴어를 배워 유클리드를 공부했으며 12살 때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을 배웠다.
그의 이런 공부는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였던 아버지 제임스 밀은 아들을 천재로 키우기 위해 어려서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놀지도 못하게 하고 집에서 자기가 직접 가르쳤다.
엄하고 철저한 교육 덕에 아들은 학업 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으나 그로 인해 밀은 비싼 대가를 치렀다. 21살 때 신경 쇠약증에 걸려 폐인이 될 뻔 한 것이다. 그를 이 위기에서 구한 것은 영국 낭만파 시인들의 시였다. 그가 특히 좋아한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 중 ‘뒤집힌 테이블’(The Tables Turned)이라는 것이 있다.
“일어나라 친구야, 책을 치워라/ 그렇지 않으면 허리가 구부러질 거야/...왜 그 고생이냐/...책이란 지루하고 끝없는 싸움이다/ 이리 와 숲 속에서 홍방울 새 노래를 들으렴/ 얼마나 아름다운 음악인가/ 내 결단코 말하지만 그 속에 더 많은 지혜가 있다/...자연을 스승으로 삼아라/...학문과 예술은 그만 하면 됐다/ 그 삭막한 책장을 덮어라...” 밀이 왜 워즈워드를 애송하고 ‘자유론’을 썼는지 이해가 간다.
밀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요즘 아이들도 공부로 허리가 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교육 지옥’으로 소문난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그보다 훨씬 나은 미국도 만만치 않다. 미시건대 조사에 따르면 미국 아동의 숙제 시간은 2004년 현재 20년 전에 비해 51%가 늘어났다. 6~8세 아동의 경우 증가폭이 가장 커 1981년 1주일에 52분에서 1997년 128분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같은 공부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학업 성적은 향상되지 않고 있다. 듀크대 조사에 따르면 약간의 숙제는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중학생의 경우 하루 1시간, 고등학생의 경우 2시간 이상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최근 숙제가 학력 증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앨피 콘의 ‘숙제 신화’(The Homework Myth)와 새라 베넷과 낸시 캘리시의’숙제 무용론’(The Case Against Homework)이 그것이다. 이들은 아동의 경우 공부는 학교에서 하고 집에서는 가족과 즐겁게 노는 것이 정상적인 성장에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요즘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라면 아이들이 어른도 들기 어려운 가방을 끌고 다니며 치과나 외과 의사가 아니면 알지 못할 이빨과 뼈 이름을 외고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자녀가 너무 공부를 안 해도 안 되겠지만 불안한 마음에 너무 다그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숙제는 호기심을 죽이는 가장 분명한 수단”이라는 앨피 콘의 말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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