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 왕국 시애틀에 소규모 커피숍들 성업
맛 독특…고객들 이름 외우고 입맛까지 꿰뚫어
스타벅스 커피점이 거리마다 무소부재로 깔려있는 시애틀에서 커피숍을 여는 사람이 있다면 바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짭짤하게 재미를 보는 업소들이 적지 않다.
조카 커피(Zoka Coffee), 디바 에스프레소(Diva Espresso), 카페 라드로(Caffe Ladro) 등 시애틀 토박이들의 사랑을 받는 소규모 체인 커피 점들은 100여 개의 스타벅스 점포들 틈새에서 너끈히 생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못지 않게 성업을 구가하고 있다.
디바의 공동 대표인 스티브 바커는 “몸집을 불리지 않는 것이 생존의 요체”라며 거대기업 아니라 동네 점포를 표방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타벅스의 성공가도를 거꾸로 밟아 규모를 키우지 않고 스타벅스와 다른 독특한 커피 향취로 단골들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바커는 “스타벅스의 출현이야말로 시애틀 커피업계에 일어난 최고의 경사”라고 치켜세우고 “스타벅스 때문에 비즈니스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타벅스가 아니면 소규모 커피 체인점들이 생존할 수 없을 만큼 우리에겐 꼭 필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스타벅스는 어쨌거나 커피 점의 개념을 바꿔놓은 장본인이고 한 컵에 최고 5달러까지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토양을 일궈준 선구자라고 바커는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의 획일적인 맛과 분위기에 식상한 고객들이 양산되는 것도 비즈니스에 크게 도움이 된단다.
조카 커피의 제프 밥콕 대표도 70년대 말 대학생 때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스타벅스 원조 점포를 들락거리며 장차 커피 점을 차리겠다는 대망을 품었다. 그러나 그가 플로리다를 거쳐 1997년 첫 조카 점포를 시애틀에 차렸을 때 스타벅스는 이미 공룡기업이 돼있었다.
밥콕은 파이크 플레이스의 오리지널 스타벅스를 모델로 삼고 “양보다 질을 중시하며 커피업계에서 포드가 아닌 포셰가 되자”고 다짐했다. 규모가 너무 커지면 세계 최고수준의 바리스타(커피 조리사)들을 지금처럼 수주일간 훈련 양성시켜 배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애틀 퀸앤 지역에서 스타벅스 커피 점 두 집 건너에 첫 라드로 커피 점을 연 잭 켈리는 이웃 스타벅스를 문닫게 만들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점포 내에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애완견을 받아주며 단골들에게 때때로 공짜 커피를 안겨줬다. 바리스타가 단골 손님의 이름은 물론 그들이 즐겨 마시는 품목과 선호하는 조리방법까지 꿰뚫는다.
이들 소규모 커피 점들은 서비스뿐만 아니라 커피 맛에서도 스타벅스에 앞선다고 장담한다. 원두를 소량으로, 더 정성스럽게 볶기 때문이란다. 카페 비타(Caffe Vita)의 경우 1930년대 말부터 사용해온 장비로 숙련공들이 일일이 향취를 확인하며 하루 3천 파운드만 볶는다.
조카 커피의 밥콕 대표도 본사 사무실 아래에 있는 원두볶기 공장에 거의 매일 두 차례 씩 들러 갖 볶아낸 원두로 만든 커피를 숙련공들과 함께 마시며 품질을 확인한다. 그는 원두를 볶고 향취를 검사하는 과정이 예술이라고 귀띔했다.
이들과는 달리 스타벅스는 켄트 외곽에 있는 공장에서 매주 150만 파운드의 원두를 볶아 포장한 뒤 각 점포로 발송한다. 소규모 체인점에선 숙련공들이 5감으로 품질을 가늠하는 반면 스타벅스 공장은 컴퓨터로 원두 볶는 전 과정을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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