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우리보다 더 싼 곳이 있으면 그 차이의 두 배를 돌려 드리겠습니다 (refund double the difference)” 같은 선전문을 흔히 본다. 즉 우리 제품보다 더 싸게 파는 곳이 있으면 그 가격과 우리 가격 간 차이의 두 배를 돌려준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가장 싸게 팔고 있으니 우리한테 사고 혹시 다른 곳에서 같은 제품을 더 싸게 팔면 그 차이의 두 배를 우리가 주니 걱정말라는 메시지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제품 가격이 안 깎아도 가장 싸다(?)’는 평범한 광고 전략인데 그 배후에는 더 큰 메시지가 도사리고 있는 전략이다.
편의상 서킷시티와 베스트바이가 같은 VCR을 개 당 100달러에 구입 하여 150달러에 똑같이 판다고 해 보자. 그리고 서킷시티가 ‘차이의 두 배를 돌려준다’는 광고를 하고 있다고 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 만약 베스트바이가 이 VCR을 개 당 150달러에서 10 % 세일, 개 당 135달러에 판다면 어떻게 되는가? 우선 서킷시티에서 그 VCR을 150달러에 산 손님들이 서킷시티에 가서 그 차이 15다러의 두 배인 30달러 환불을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킷시티는 150달러에 판 VCR을 환불 후에는 120달러에 파는 셈이다. 결국 서킷시티 가격 (120달러)이 10% 세일 을 시작한 베스트바이 가격(135달러)보다 더 싸지게 된다.
베스트바이의 10% 세일은 서킷시티의 20% 세일을 유발한다. 이는 서킷시티의 ‘차이의 두 배를 돌려준다’는 광고 때문이다. 즉 만약 베스트바이가 VCR가격을 내림으로써 그 판매를 늘리려 한다면 베스트바이는 더 이상 그 VCR를 팔 수 없게 된다. 그런 경우 서킷시티의 가격이 베스트바이 가격보다 자동적으로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를 예측하는 베스트바이는 처음부터 10% 세일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서킷시티와 베스트바이가 같은 VCR을 개 당 100달러에 사서 150달러 판매가를 지속하여 서킷시티와 베스트바이 간 시장점유율이 예컨대 60대40을 유지한다. 이 경우 베스트바이 입장에서는 VCR 가격을 좀 낮춰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싶은 유인이 있다. 물론 서킷시티의 반응이 없거나 반응이 있더라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베스트바이는 가격경쟁을 시작할 것이다.
반면 서킷시티의 대응은 ‘차이의 두 배를 돌려준다’는 광고이다. 결과적으로 베스트바이의 움직임이 무엇이든 그 것의 두 배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것은 일종의 위협이다. 두 배로 응징한다는 것이다. 물론 위협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그 위협을 진실로 믿어야 한다. 그런데 ‘차이의 두 배를 돌려준다’는 광고는 서킷시티가 비록 광고의 형태지만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렇게 선언한 이상 서킷시티도 그 선언을 지킬 수밖에 없다. ‘차이의 두 배를 돌려 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조용히 베스트바이에 전한 것과는 그 효과가 전혀 다르다.
또한 서킷시티의 ‘차이의 두 배를 돌려준다’는 광고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베스트바이의 움직임을 감시하여 주는 효과를 서킷시티에 갖다 준다. 앞에서 보았듯이 소비자들의 두배 환불요구가 그것이다. 이는 서킷시티가 시킨 것이 아니고 이익을 볼 수 있는 소비자들이 서킷시티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행태가 처음에 베스트바이가 가격 인하를 유발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차이의 두 배를 돌려준다’는 광고는 일차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자기들의 제품이 최저가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쟁업체들에게 전하는 간접적 메시지이다 - ‘당신의 측면 공격에 우리는 꼭 보복을 합니다. 물론 우리 손을 더럽히는 것은 아니고 소비자들이 우리를 대신하여 줍니다. 그러니 당신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나 지키려면 조용히 있으십시요.’
<정요진>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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