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관련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다. 시간과 돈, 둘 다 있으면 이번에는 이미 나이들어 여행 다닐만한 건강이 없다’.
[카오산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카오산’이라는 이름,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태국에 있는 거리 이름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이 반드시 한 번은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책을 통하여 카오산이라는 거리,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는 배낭족들이 한 번쯤 찾아 들러가는 허브(Hub)같은 곳이라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배낭족들은 이곳을 기점으로 베트남과 라오스 인도와 네팔, 그리고 중국 등지를 여행한다고 합니다.
태국에 있는 거리이지만 태국같지 않은 곳. 장기 배낭족들의 지친 몸과 거친 숨결을 품어 주는 곳. 낮은 물가와 넘치는 여행정보로 다음 여행지를 향하여 눈을 반짝일 수 있는 곳.
이 책은 작가가 카오산 거리에서 만난 열 다섯 명의 배낭여행자를 인터뷰한 내용을 수 많은 사진들과 함께 요즘 시대의 감각에 맞게 편집해 낸 책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 생각에는 어떤 사람들이 수개월에서 수년간 여행을 다닌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 책에 등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입니다. 어느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듣다가 그 길로 짐을 싸서 여행길에 올라 2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고도 앞으로 3년간의 여행 계획을 짜고 있는 사람.
아침마다 출근하기 위하여 머리를 감다가 무슨 깨달음을 얻었는지 그 길로 짐 싸서 떠 나온 사람. 오십을 넘긴 나이에 사업을 정리하고 배낭 여행길에 오른 중년의 부부. 자기가 학교에서 자퇴를 한 것인지 퇴학을 당한 것인지 조차 헷갈리고 있지만 열 일곱살의 나이에 당당하게 여행 길에 올라 서 있는 소녀. 젊은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고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카오산까지 흘러 들러온 독일인 청년. 사람의 얼굴 사진만을 찍는 자메이카 출신의 스물 두살의 여성 사진 작가 등등.
다만 그들과 우리가 다른 것은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길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것을 내려 놓고 길을 떠날 수 있는 용기, 그것의 있고 없음이 그들과 우리가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을 위하여 길을 떠나 있는 것일까요?
이 책에 언급되어 있는 다음과 같은 글이 답이 될 수 있을까요? “라오스의 방비엔에는 ‘리버사이드’라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이름 그대로 강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야. 거기서 일하는 남자가 하나 있는데 매일 그가 하는 일은 안내데스크에 앉아 강을 바라보는 일이야. 그게 전부야! 만약 손님한테 문제가 있으면 가서 해결해주고 돌아와 다시 강을 봐. 하루 종일 말야. 이런 완벽한 인생이 또 있을까?”
이곳 하와이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한 번은 고향과 집을 떠나 온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길이든 내려 놓고 떠나지 않으면 그 길은 고생스러운 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천지 만물 중에 사람만이 여행을 다닙니다.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자녀에게 여행을 시키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내려 놓고 떠나는 여행을 통하여 우리의 마음도 생각도 더 넓어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한 번 길 떠나온 경험이 있는 우리들이 못할 것이 무엇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