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분담은 싫어, 이젠 함께해요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4살난 아들을 깨워 밥을 먹이고 급하게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세수를 시키고 옷을 입힌다. 아이는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리저리 도망을 다닌다. 오늘 하루도 어느때와 같은 전쟁이 벌어진다. 학교로 가는 차안도 전쟁의 연속이다. 학교가기 싫다며 울고불고 때를 써댄다. 담임 교사의 손에 아들을 넘기며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하고 난 후에야 마지못해 아이는 “아빠 잘가”라며 손을 흔든다.
언뜻 보면 아내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분명히 마운틴 뷰에 사는 김모씨의 하루의 시작이다.
버클리에 거주하는 이모씨도 아내 대신 5살된 딸을 존 무어 스쿨 유치원에 데려다 준다. 그의 아침도 딸과의 신경전으로 문을 연다. 여자아이다 보니 옷입는 것이 까다롭다. 이렇게 아침에 한차례 난리법석을 치르고 나서야 직장으로 향하는 남편이 늘고 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부부사이에 해야 할 일, 남녀가 나누어서 하던 가사분담의 경계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식사, 빨래, 청소 등 집안일은 아내가 남편은 직장에 나가서 월급 봉투만 안겨주며 된다는 사고방식은 이젠 오래된 이야기가 됐다.
예전의 부부관계에서 가사 분담이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남편이 못하면 아내가 아내가 못하면 남편’이라는 협력관계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사고방식의 전환은 젊은 세대의 의식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볼 수 도 있지만 이민 1세대의 경우에는 바쁜 이민생활을 통해 ‘역할분담의 국경’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이모씨(35세), 그는 미국에 이민 온지 2년이 다 되간다. 한국에서는 손에 물 묻힌 적이 드물 정도로 부엌에 들어가는 것은 남자체면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의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하듯이 그의 아내가 ‘리모콘’ 역할을 해주었기 떄문이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 몇 개월이 지나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맞벌이를 하다보니 식사도 준비하게 되고, 아이들 목욕도 시키고, 빨래도 돌리고 예전에 하지 안하던 일들이 이제는 일상생활의 일부가 됐다.
처음에는 밥도 태우고 양파를 썰면서 눈이 매워 울기도 하고 어두운 옷과 밝은 옷을 함께 빨아 옷이 물들기도 하면서 초보 주부의 애환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집안일을 함께 하다보니 그동안 아내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집안일을 잘 도와주니까 좋은 남편이라는 소리도 듣는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처럼 여성의 사회진출이 보편화 되면서 남편의 특권이었던 집안일에서의 ‘자유’는 사라져가고 있다.
<김판겸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