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 출신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이다음 대통령 선거 민주당 예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바드 법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엘리트이고, 인품도 있고, 상당히 괜찮은 정치인이라 어느 정도는 전부터 예상된 일로서 놀랍지는 않다.
사실 확률로 치면 에이브라함 링컨이 공화당 전신인 휘그당에서 대통령후보 얘기를 하고 있었을 때도 예선 후보 네명 중 제일 약했고, 잭 케네디가 민주당 후보로 예선에 나올 때도 오바마처럼 단임 상원의원이였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변했다고 느끼는 것은 순전히 그의 인종적 배경이다. 타이거 우즈처럼 그도 백인의 피가 섞인, 우즈보다 더 흑인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즈는 반 동양인이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아무리 조금 흑인 피가 섞여도 흑인으로 취급받는 사회통념 때문에 흑인상원의원으로 알려진 그는 바뀐 세월을 실감하게 만든다. 세상이 변해도 한참 변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소수민족의 편으로 알려진 민주당은 사실 시작이 미국남부의 노예제도 지지자들의 당이었다. 링컨처럼 노예제도 폐지자들이 많이 있던 휘그당은 그 당시 북동부 일부를 빼고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법으로 노예제도가 보장되고 있었던 시절, 경제적 필요라는 것 때문에 많은 이들이 민주당 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옳고 바른 것”이라는 것과 대중이 “좋아 하는 것”은 다르다.
부시대통령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이라크전쟁만 해도 그렇다.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 무기를 폐기한다는 핑계아래 최신무기로 사담후세인의 군대를 괴멸시킬 때를 기억하는가. 초기의 전쟁은 이기는 전쟁이었고, 대중은 그걸 좋아했었다.
링컨의 시절에도 그랬다. 민주당출신 대통령 제임스 포크가 멕시코와 영토시비가 있던 남서부 지역에서 멕시코 군이 총을 먼저 쏘았다는 핑계로 의회에 전쟁선포가 아니라 벌써 전쟁상태라고 확인만 해달라고 하고는 군대를 모집하겠다니 5만명 요청에 30만명이 지원했다. 이길 것 같은 전쟁은 신나는 법이다. 또 잘 모르고 멀리 있는 이국적 분위기가 있는 곳에서의 전쟁은 치기어린 젊은이들에겐 로맨틱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많은 걸 얻었다. 지금의 캘리포니아에서 유타, 뉴멕시코에 이르는 서남부가 이때를 시작으로 해서 결국 미국 영토로 편입된 것이다. 대중의 인기는 무척 높았다. 대중이란 사실 비겁한 면이 큰 것이다.
링컨 같은 양심적 인사들이 멕시코 군에서 먼저 발포했다는 증거를 하나라도 대라고 대중의 양심에 기대하며 대통령에게 요구했지만, 여론과 당의 지지 뒤에서 포크 대통령은 그 질문조차 무시해버렸다. 무시한 정도가 아니라 민주당에서는 그 전쟁에 반대했다는 그 자체를 선거 이슈로 삼아 휘그당 출신들이 줄줄이 선거에서 낙선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지금 미국과, 또 동북공정이라며 결국엔 북한영토를 탐내고 아니면 적어도 이북에 친중정권이라도 세우길 획책하는 중국을 보면서, 결국 나라와 대중이란 패권주의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실감을 한다.
약한 자의 마음을 잘 아는 바락 오바마 같은 정치인들이 성공하길 빈다. 달라진 세월이 좋은 방향으로 달라지면, 아마 그 같은 사람들이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하는 이변이 생길지 모르지 않을까.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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