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경(주부)
내가 만일 새라면 너에게 날아갈 텐데.
생각나나요? 영문법 가정법을 배울 때 처음 나온 예문이었지요. 사랑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며 만들었을 이 낭만적 문구를 놓고 과거냐 미래냐에 따라 이걸 써라 저걸 써라 해서 영어 노트를 무슨 암호장 같이 만들어 놓고 쩔쩔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if you, if I…등등으로 시작하는 가정법을 쓰는 일은 대개는 아주 신선하며 소망을 담아 냅니다. 무엇이건, 혹은 어떤 상황이건 되어본다는 것은 그 생각만으로도 한결 우리의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니까요.
무엇이 무엇이라면, 무엇이 무엇이 아니라면 하고 가정해 볼 수 있는 머리가 있다 함은 어쩌면 하늘이 인간에게 주신 제일 큰 능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인가를 유추하여 생각해 내고 실현해 보려는 시도에서 우리는 고정관념을 뛰어넘고 미래를 설계하며 도전해 가지요. 교육의 어느 분야에서나 상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다치지 않게 존중하자는 분위기인 것을 보면 미래는 그 아이들의 상상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고 사람이 정말 새가 되어 날아 다닐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잃어가는 것은 정화되어 선택된 시어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음의 심연에서 비롯되어 다독여진 단어들 그래서 즉흥적이기보다는 은근하고 말초적이기보다는 심금을 두드리는 아름다움이 잔잔히 녹아 있는 언어말입니다. 솔직한 표현은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고 정화된 언어는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지요.
우리가 만났지만 만났을까? ‘어린 왕자’의 여우는 묻습니다. 그리고는 말합니다. 공들이고 길들이는 시간 없이 만남이란 있을 수 없고 그러한 시간 속에서만 소중한 관계가 생긴다고요. 전에는 성격 차이가 관계를 이어가는데 제일 큰 걸림돌이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성격보다는 가치관이 다른 것이 제일 큰 문제인 것 같네요. 모든 가치가 물질로 환산되는 세태에 낙담하면서도, 저울질하고 어울려 갈 때의 그 헛헛함으로 모두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
사물의 세계에서는 내가 있어 우리가 있게 되는 것이지만, 의미와 가치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있기 때문에 내가 있게 되는 것이라고 어느 철학자가 말합니다. ‘사물의 세계’란 그나, 그녀 같은 3인칭의 세계를 말하며 ‘의미 가치의 세계’는 너, 그대 같은 2인칭의 세계를 말한다고 하는데 2인칭 너의 세계는 사물의 세계를 의미 가치의 세계로 바꾸는 ‘기적의 인칭’이라고 한답니다. 그러니 우리 서로에게 그대가 되어 준다면 존경하고 존중받는 소중한 삶이 되어 가겠지요.
60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 돼지의 해가 밝았습니다. 모든 걱정 근심 내려 놓고 그대 새가 되어 날아보면 어떨까요. 가끔은 구름 위에 쉬어 가고 무지개 다리에 걸터앉아 휘파람도 불어 보면 아마도 삶은 깃털처럼 가뿐해질 거에요. 창문에 이마를 맞대고 바라본 하늘에서 별이 반짝입니다. 천 년을 두고 보내온 교신은 때와 장소를 뛰어 너머 나는 그대가 되어 그대는 내가 되어 마주봅니다. 몰랐던 그대의 아픔 혹은 알고도 외면했던 고통, 그런 것들이 가슴을 비집고 느껴 오네요. 많이 미안합니다. 건강하시고 계획한 일 모두 이루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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