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원(아름다운 재단 간사)
나는 자라면서 꿈을 자주 꾸었다. 하룻밤 동안 너무 많은 꿈을 꾸어서 마치 깨어 있는 동안 한세상을 살고, 자는 동안 또 다른 한세상을 사는 것만 같았다. 어떤 꿈은 몇 일 동안 연속 시리즈로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하고, 대개 흑백보다는 형형색색들이 선명한 꿈들이 많았다. 심지어 촉각까지 매우 생생해서 무언가를 만지면 뜨겁거나 미끌거리거나 하는 것마저 분명히 느낄 수가 있어 꿈과 현실이 잘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꿈의 해석이나 꿈이라는 현상 자체에 관심이 많았는데, 꿈을 해석하는 것도 문화의 소산이므로 같은 꿈도 문화권에 따라 그 뜻이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령 용은 크게 성공할 귀한 사람을 상징하기도 하고, 악의 우두머리를 상징할 수도 있다. 돼지도 일반적으로 복으로 여겨지지만, 어떤 사람에겐 더럽고 나쁜 일의 징조가 되기도 한다. 꿈은 대개 자기 생각이 투영되는 것이고, 영몽을 꾼다고 해도 자기 인식의 범위와 생각의 패턴 내에서 받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똑같은 내용의 꿈도, 꿈에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자면,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꿈을 수동적으로 꾸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능동적으로 자기가 조작하여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돕는 연구소 이야기를 읽어본 적이 있다. 꿈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니까 꿈을 통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거나,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보게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현실의 문제를 해소하는 심리치료에도 쓸 수 있다고 하는데, 가령 무대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겐 많은 관객 앞에서 성공적으로 공연하는 꿈을 꾸어 자신감을 갖게 하고, 까다로운 상대와 논쟁을 앞둔 사람은 꿈에서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시나리오대로 리허설을 해 보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런 꿈의 조작은 훈련을 통해 익힐 수 있다는데 먼저 첫째로 꿈에서 자신이 꿈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꿈에서는 무언가가 정상적이지 않은 게 있다는 것이 힌트. 한번 본 지점을 다시 돌아보면 다르게 바뀌어 있다던지 하는 식이다. 두번째로 꿈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철저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시공을 초월할 수 있고 자원의 제약이 없으며, 완전히 다른 자기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그 다음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접 해보면 된다. 자기가 꿈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는 꿈에서 하늘을 날 수 있는지를 보면 된다고 한다.
마음에 바라고 소망하는 꿈이던지, 수면 중에 꾸게 된 좋은 꿈이던지 간에 그것이 현실에 이루어지도록 하려면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훈련하고, 생활로 직접 그렇게 살아내는 수 밖에 없다. 환경도 여건도 운도 다 중요하겠지만 그 모든 것의 궁극에는 그것들을 활용하거나 이겨내는 자기자신의 역할이 남는다. 항상 작심삼일로 끝나고 만다면 삼일마다 마음을 새롭게 하면서 가 볼 일이다. 아직은 조금 낯설지만 왠지 숫자만 봐도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 2007년이라는 한 해, 이 해가 끝나갈 때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 아쉬움보다 뿌듯함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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