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2억5,000만달러는 누구 포켓에서 나올 것인가.
데이빗 베컴(31)이 LA 갤럭시로 온다는 블락버스터 뉴스의 흥분이 조금 가라앉으면서 관심의 초점은 과연 베컴이 다음 5년간 계약조건으로 받는다는 2억5,000만달러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어디서 나올지 쪽으로 쏠리고 있다. 단일계약으론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딜로 1년 평균 5,000만달러, 주급으로 환산하면 매주 100만달러라는 엄청난 액수이니 그럴 만도 하다. 베컴이 뛰게 될 갤럭시 홈구장 홈디포센터의 건설비가 1억5,000만달러이니 베컴의 연봉 3년치에 불과한 셈. 아무리 베컴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축구선수라지만 2억5,000만달러 값어치가 있을 지에 대해선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생각해볼 것은 갤럭시가 속한 메이저리그사커(MLS)가 세계축구계에서 변방에 속했음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아직 탑 스포츠리그 대열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4번이나 MLS컵을 차지한 DC 유니아티드는 얼마전 베컴의 1년 몸값보다 훨씬 적은 불과 3,300만달러에 팔렸다. 한 팀의 가치가 선수 한 명의 1년 연봉보다 적다는 것은 한마디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도 유분수지 만약 베컴의 5년 봉급이 진짜로 2억5,000만달러라면 MLS의 미래는 ‘뱅크럽시’로 직결될 것이다. MLS 전체를 팔아도 2억5,000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한 선수에게 이런 돈을 급여로 내줄 능력이 없음은 조금만 생각해도 자명하다.
결국은 발표된 수치가 베컴의 순수연봉이 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베컴의 계약발표시 흘러나온 말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갤럭시 발표에 따르면 베컴의 딜은 봉급과 커머셜 계약을 합쳐 2억5,000만달러를 상회하는 가치를 지녔다고 한다. 여기서 ‘커머셜 계약(Commercial Endorsement)’이라는 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The David Beckham Inc.’으로 불리는 ‘원맨기업’ 베컴의 가치란 쉽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컴과 레알 마드리드의 재계약 협상에서 가장 걸림돌이 된 것도 베컴의 초상권을 어떤 비율로 나누느냐 하는 문제였다. 결국 베컴 계약은 2억5,000만달러를 MLS나 갤럭시가 지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베컴이 갤럭시 유니폼을 입으면 그 정도 액수를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추정치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면 베컴의 순수봉급(Salary)은 얼마나 될까. 그동안 언론에서 나온 수치는 4년에 3,600만달러(연 평균 900만달러) 수준이었다. MLS측이 더 베팅을 했다면 평균연봉 1000만달러 선도 가능해 보인다. 베컴의 레알 마드리드 연봉이 평균 700만달러 선이니 여기에 추가로 300만달러 보태는 정도는 MLS로서 해볼만한 투자인 셈이다. 결국 순수연봉은 맥시멈 1,000만달러 내외가 될 가능성이 크고 나머지 연봉 4,000만달러는 베컴이 그 자신의 스타파워로 벌어들이는 돈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MLS의 한 관계자도 “베컴 계약가치의 대부분의 그가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후원계약에서 나온 것이고 그것은 MLS 계약과는 별도의 딜”이라고 말해 이런 추정을 뒷받침했다. 결국은 발표된 2억5,000만달러의 대부분은 ‘베컴’이라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수익이라는 이야기다.
이제 남은 과제는 ‘베컴 효과’가 과연 어느 정도일지 지켜보는 것뿐이다. 정말로 2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일지 여부는 베컴 당사자가 아니라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과연 그가 아직도 미국에서 2류 스포츠로 머물러 있는 축구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 하는 것. 이 블락버스터 딜의 성패를 결정할‘베컴 브랜드’의 파워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김동우 <스포츠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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