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심 군 출신인 박정희 후보를 깔보았을지 모른다. 하기야 5.16이 나기 전 까지는 완전 무명이었으니. 나이도 그렇다. 50도 채 안됐다. 게다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였나. 야권의 대통령 출마자는 모두 6명이었다. 윤보선, 허정, 송요찬, 변영태, 장이석씨 등. 이게 1963년의 일이다. 그 때 마침 히트를 친 영화가 율 브린너 주연의 ‘황야의 7인’-. 이 7인의 대권주자들은 그래서 ‘황야의 7인’으로 불렸다.
당시의 선거 비화의 하나가 이른바 ‘편지쓰기 작전’이다.
야당 후보는 많을수록 좋다. 이유야 간단하다. 표가 갈리기 때문이다. 7파전이 아니라, 10파전도 환영할 판이다. 이것이 당시 집권 측의 입장이었다.
이 7파전 대권경쟁 구도는 막판까지 이어져야 한다. 해서 나온 극비작전이‘편지쓰기’다.
가급적 모든 야당후보에게 편지를 보내되 정당배경이 없는 후보에게는 더 집중적으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선생님 같은 애국자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고 중도하차하는 날에는 민족과 국가에 대해 배신을 하는 행위”라는 내용의 격려 편지다.
전라도에서 편지가 날라든다. 경상도에서도 날라든다. 충청도에서, 강원도에서, 심지어 해외에서도 격려의 편지가 쇄도한다.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가 새로 각오를 하게 된다. 그리고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민심이 천심’이라는 속담을 혼자 되새기게 되는 것이다.
선거결과 박정희 후보는 46.6%의 득표를 했다. 윤보선 후보는 45.1%. 중간에 허정 후보와 송요찬 후보는 사퇴를 했다. 그러나 나머지 후보들은 끝까지 같다. 만일 나머지 후보들도 중도사퇴를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이제는 옛 날 이야기다. 여론조사를 제대로 할 수도 없었다. 기법도 잘 몰랐고. 인터넷이란 것도 물론 없었다. 그런 시대에나 있을 법 한 얘기다.
그나저나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 항상 착각을 하는 정치인의 마인드다. ‘자신이야 말로 민심의 주인공’이라는 착각이다. 때문에 하다못해 지방의원이라도 출마했다하면 웬만해서는 중도하차라는 게 없다. 세상사람 대부분이 외면을 하는데도.
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왜 도중하차인가. 온갖 설이 난무한다. 그 중 하나가 지지율 하락에 마음을 비웠다는 지적이다.
한 마디로 잘 내린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꼼수를 쓰지 않았다.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착각하지 않았다. 그 결과 여권에서는 아직도 지지도 1위라는 프리미엄을 선뜻 포기한 것이다.
한국 사회의 원로로서 고건 전 총리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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