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열면 세상이 보인다’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1970년대 말까지 한국의 대문 밖 바로 옆에는 회색의 네모난 쓰레기통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집 안에 냉장고는 없어도 대문 밖 쓰레기 통은 있었던 시절. 겨울이면 그 쓰레기통 옆에는 옅은 분홍색깔의(분명 하얀색이라고는 할 수 없는) 연탄재가 차곡차곡 쌓이고는 했습니다.
그 연탄재는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드는 도구로 사용되었고 눈으로 동네골목이 얼어 붙으면 어른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탄재를 깨어 길 바닥에 뿌리고는 했습니다.
동네의 개구장이들은 이유도 없이 연탄재를 발로 차 쓰러 뜨리거나 걷어차기 일쑤였습니다.
좀 더 심심한 경우에는 아직 불기가 남아있는 연탄재 주변에 둥그렇게 둘러 서서는 방뇨를 하고는 했습니다.
그때 연탄재에서 치솟던 그 많은 연기들은 다 어디를 갔는지?
이것뿐만 아닙니다. 어쩌다 외출을 나가신 어머님께서는 연탄 불 갈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전화를 하십니다.
전화를 하셔서는 몇 번씩이나 꼭 연탄불 갈라는 다짐을 받아내시고는 하셨습니다.
이때 빠뜨리지 않고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연탄불 갈 때 연탄 구멍 꼭 맞추어야 한다. 불구녕은 반만 열어놓고 라는 말씀. 전화를 끊고 난 후에는 곧 바로 반드시 확인 전화를 하십니다.
너, 연탄 불 잘 갈았니?. 당시 집에 남아 있던 가족이라면 누구도 연탄불을 갈아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잊어서는 안되었습니다.
그때 들여마신 연탄가스 때문에 내 머리는 조금 나빠 졌을거라고 지금도 필자는 의심치 않고 믿고 있습니다 ^^
하와이에 확실히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연탄이라고 합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김장과 함께 광속에 가득 채워 넣고는 하였던 연탄. 그러나 검은 연탄이 흰 연탄이 되도록 사명을 다 감당하고 나면 처치곤란한 쓰레기가 되어 대문 옆에 쌓여 오고가는 사람들에 의해 차이고 밟히던 연탄. 그렇지만 이제는 한국에서도 자주 볼 수 없다는 연탄과 연탄재.
그런데 어느날 안도현이라는 시인이 쓴 너에게 묻는다라는 詩를 읽다가 다음 구절에 소스라치게 놀라고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참으로 연탄재를 함부로 걷어차던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구절입니다. 누구에게 한 번도 뜨거움을 전해주지 못하던 내가 많은 사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하얗게 변해버린 연탄재를 함부로 걷어 찼다는 것이 말입니다.
얼음 위에 놓인 음식은 절대로 변하거나 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 위에 올려진 음식은 음식을 변화시킵니다.
항상 잊혀지지 않는 CF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CF입니다. 요즘 하와이 날씨, 자주 비가 오고 때로는 바람이 선선하기도 합니다.
이럴수록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나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내가 먼저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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