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한인이민 104주년 특별 연재, 해리 김 시장의 가족 이야기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하기야 그대로 방치해둘 이유가 없었다. 건물들은 이미 물탱크가 달려 있었고, 여분의 빗물저장용 건물까지 있었으니 꼭 양계사업을 하라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즉시 2×4인치되는 나무 바닥의 일부를 뜯어내고 닭장용 철사로 대치하여 닭똥이 콩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면 그걸 받아서 채소퇴비로 쓸 수 있게 손질을 하셨다.
닭이 한 마리씩 들어갈 칸도 여러 개 만들었다. 칸마다 힐로에 있는 어느 제재소에서 가져온 톱밥을 깔았다.
알을 낳는 둥지에는 고리를 부쳐서 닭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했다.
집 뒤 건물들은 부화장으로 바꾸고 그 안쪽 벽과 천정에는 ”카넥“이라는 좋은 방한 재료를 덮어 씌웠다. 양계사업은 수정란을 사오는 일로 시작되었다.
수정란은 침실 바로 아래층 한 구석, 통풍이 안 되는 작은 방에 안치했다. 협소한 방은 커다란 부화기 한 대로 가득 찼다. 그 안에 석유램프 몇 개를 넣어서 실내온도를 높였다.
이따금씩 아버지는 수정란을 점검하여 수정될 것은 부화기에 집어넣고 무수정란은 따로 분리했다가 나중에 우리가 먹었다. 하루는 위층 침실에서 놀고 있는데 우리 중에 누가 마루에 구멍이 하나 나 있는 걸 발견했다. 외눈으로 아래를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우리는 그 구멍을 통해 밑에서 아버지가 계란을 하나씩 하나씩 면밀히 점검하시는 걸 볼 수가 있었다. 병아리들이 껍질을 톡톡 쪼기 시작했다.
어떤 놈들은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했다.
알을 까고 나온 병아리들은 며칠 동안 따뜻한 부화기에 넣어 두었다가 집 뒤에 만들어 놓은 부화장으로 옮겼다. 햇병아리들의 체취는 기특하게도 어딘가 순수하고 달콤한 냄새를 풍겼다.
부화장으로 쓰는 건물은 우리가 다 들어가서 구경을 해도 좋을 만큼 공간이 넓었다. 그 안에 들어가 노란색 공 같은 병아리들이 앞으로 달려 와 옆의 놈들을 쪼아버리면서 우리의 관심을 사려고 경쟁하는 모습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병아리들은 우리 손에 안기는 걸 참 좋아했다. 그놈들이 자라 암/수로 나뉘면서는 우리의 환심을 사려 하지 않았다. 순이 언니와 뭉환 오빠, 그리고 어머니는 매일같이 닭들에게 물과 사료를 주고 계란을 수집했다. 언니와 오빠는 휴일에도 닭들이 먹을 물을 갈아주고 닭장을 청소했다. 뭉환 오빠의 말이 “닭들에겐 휴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양계사업에는 다른 허드렛일도 많았다. 그중에서 중요한 것이 당시에 유행하던 조류병 예방을 위해 누구든지 닭을 붙들어서 접종을 시키는 일이었다. 일단 닭장을 하나 정해놓고 거기에 들어있는 암탉이나 수탁을 잡아가지고 아버지한테 갖다 드리면 날개 아래쪽에 주사를 놓았다. 접종 대상은 주로 암탉이었는데, 주사를 맞은 놈은 별도 우리에 집어넣었다.
장 속에 닭이 많을 적에는 어렵지 않았으나 몇 마리 안 남았을 때는 협동이 필요했다. 수탁들은 나중에 팔아버리거나 암탉과 분리시켰다. 수정란을 오믈렛이나 프라이해서 먹고 싶은 사람은 없었으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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