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호(왼쪽부터), 최경욱, 이용욱, 한정훈 목사가 ‘한인교회의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1세들이 2세 목회자에 기회 더 줘야”
미주 한인 이민사회를 얘기할 때 교회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에만 4,000개 가까운 한인교회가 있고, 최소로 잡아도 절반 이상 한인이 교회에 다닌다. 한인교회는 남가주에서만 1억달러 이상을 예산으로 정하고 있기에, 한인사회에 큰 책임도 맡고 있다. 미국 이민 2세기째 접어든 한인교회가 처한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3세대 목사가 마주 앉아 의견을 나눴다. 1세(손병호 목사), 1.5세(최경욱·이용욱 목사), 2세(한정훈 목사)가 5월30일 기독교 윤리실천운동협의회 사무실에서 각 세대를 이해하는 자리를 가졌다.
심방·당회운영 등 경험 쌓게 배려를
돈만 내는 선교 아닌, 몸도 함께 하는 선교
교회가 2세를 어떻게 품을지 고민할 때
―현재 한인교회는 어떤 위치에 있나?
▲손: 올해로 15년째 이민목회를 하는데, 하면 할수록 정체성을 중시하게 된다. 교회가 1.5세와 2세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가르쳐 줄 때 이들이 방황하지 않고 주류사회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최: 교회 내에서도 세대간이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 한 가족이 아니다. 그런데 교회가 발에 붙은 불끄기가 바쁘기에 미래를 이야기하기에 벅차다.
▲한: 2세만 100명이 모이는 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총회는 미국 총회, 노회는 한인 노회에 속한 것에 보듯, 2세 교회도 정체성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한인이면 모두 겪고 있는 문제다.
―언제 정체성 문제를 많이 느끼나?
▲이: 1980년대까지는 미주 한인교회는 하나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9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프로그램이 많이 도입되고, 한국식 신앙 물결이 거세게 자리 잡았다. 한국 영향이 강화되면서 한인교회 정체성이 거꾸로 가고 있다.
▲손: 한국에서 유명한 목사를 부흥회 강사로 모셔 와도 여기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그 분들의 메시지가 이민교회의 독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2세만 모인 교회인데도 교회에 한글학교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2세도 스스로 만든 울타리를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투쟁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다른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교회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손: 청소년 그룹이 부모와 같이 예배를 드리게 하고 있다.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지도록 한 것이다. 한인의 얼을 심을 수 있다면 교회에서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게 좋다.
▲최: 세대가 같이 선교를 같이 가면 좋다. 1∼2주 동안 같이 뒹굴면 유대감이 강해진다. 노숙자 등에게 봉사를 하다 보면 세대가 하나 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목회자간에는 세대 차이가 없나?
▲한: 세대간에도 신뢰가 없다. 1세 목회자가 2세를 어린애 취급하는 데 어떻게 교회를 이끌어갈 수 있겠나. 그래서 많은 2세 목회자가 사역을 그만 두고 있다. 1세가 2세에게 심방이나 당회 운영 등에서 많은 목회 경험을 주어야 한다.
▲이: 1세 담임목사가 배려하면 2세 목회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사소한 부분에서도 1세와 2세가 연결되어야 한다.
▲최: 2세 자신이 스스로 문제를 키워서 여유가 없는 것 같다. 2세부터 마음을 열면 1세와도 커뮤니케이션이 충분히 가능하다. 1세도 2세 목사에게 배우기를 원하고 있다.
―2세 자녀들이 대학에만 들어가면 교회를 떠난다는 우려가 많은데…
▲한: 2세가 ‘조용한 탈출’을 하는 게 사실이다. 1세 부모의 위선과 교회 내 다툼을 보며 2세가 교회를 등진다. 그런데 30대가 되면 다시 교회로 돌아온다. 가정을 꾸리면 교회에서 가족을 지키고 싶어하는 것 같다.
▲최: 2세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그래도 1세로 대표되는 한인교회가 이민사회를 품었던 결과다. 지금도 교회가 2세를 어떻게 더 잘 품을까 고민해야 될 때다.
▲손: 이런 현실을 1세가 뼈아프게 인정해야 한다. 교회는 여전히 2세 교육을 시험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교회가 신앙과 뿌리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1세 부모는 자녀 교육과 관련해 한인 교회에 많은 것을 기대하는데…
▲이: 교회가 전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적, 신앙 문제를 빼고는 교회가 모두 외부기관에 맡겨야 한다. 기도와 위로가 교회의 몫이다. 다만 교회는 외부 단체와 굳센 네트웍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손: 교육과 관련해서는 소형 교회가 더 좋을 수 있다. 교회가 작으면 교회 안에 자녀가 잘못된 것을 가져오기가 힘들다. 그만큼 자체 정화 능력이 소형 교회에서 크다.
▲최: 교회는 올바른 가치관만 자녀에게 심어주면 된다. 교회 본질을 망각한 채 전문 교육에 교회가 매달리면 안 된다.
―한인교회의 내일은 어때야 할까.
▲최: 영적으로 탄탄한 한인교회의 독특성을 잘 살려야 한다. 헌신된 교인이 많기 때문에 에너지가 넘치는 한인교회가 세계를 품을 수 있는 조건을 잘 갖췄다고 생각한다.
▲손: ‘우리’라는 개념을 너무 작게 보면 안 된다. 우리끼리 모여 서로 그리움과 추억의 떡이나 나누면 안 된다. 지경을 넓혀 타인종도 끌어안고, 돈만 보내는 선교가 아니라 몸도 함께 하는 선교를 해야 한다.
▲한: 교회의 목표는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다. 교회가 복음을 통해 개인을 변화시키고, 거듭난 개인이 세계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교회의 최고 목표다.
▲이: 신앙인의 생활이 신앙화 돼야 한다. 크리스천이 사회에서 칭찬 받는 사람이 되도록 교회가 교육해야 한다. 크리스천이 욕먹으면 안 된다. 교회 밖에서 칭찬 받는 새 모델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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