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60Th Film Festival
“이곳에선 전 세계가 같은 언어로 말한다. 그건 바로 ‘영화’다” 프랑스의 남부 휴양도시인 칸은 해마다 오월이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영화인들과 영화관람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오전 8시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쉴 틈 없이 영화가 상영되고 도시를 꽉 채운 인파들은 모두 비평가가 된다. 처음 공개되는 명감독들의 최신작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이자 그 해 최고의 영화, 최고의 스타가 탄생되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로 60회를 맞이한 칸 국제영화제(60th Cannes Film Festival)는 한국 영화계에 뜻 깊은 선물을 안겨주었다. 배우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칸 정상에 우뚝 섰다. 한국 영화가 팔레 드 페스티벌(영화제가 개최되는 광장)에 첫 선을 보인지 23년만에 맞이한 경사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영화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2004년 영화 ‘올드보이’가 심사위원상을 거머쥐었지만 여우주연상 수상은 처음이다. 또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의 작가주의를 대표하는 두 감독의 신작, 김기덕 감독의 ‘숨’과 이창동 감독의 ‘밀양’ 2편을 공식 초청했다. 코엔 감독의 ‘노 컨트리 포 올드맨’(No Country for Old Men)처럼 하루 3회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들도 많았지만 한국 영화 2편은 모두 오후 4시 전후 뤼미에르 극장에서 단 1회씩 상영되었다. 불공평한 대우(?)를 받긴 했지만, 한국 영화 2편이 동시에 경쟁부문에 진출했음은 칸 영화제가 한국 영화에 보내는 애정의 표시로 해석하고 싶다.
해마다 오월이면 영화로 숨쉬고 영화로 말하는 곳
그‘영화인종’들이 외쳤다. “We ♥ 한국영화”
<올해로 60회를 맞이한 칸 영화제는 유래 없는 인파가 몰려들어 경쟁 부문이 상영되는 뤼미에르 극장의 레드 카펫은 여느 때보다 경호가 삼엄했다.>
#환갑의 칸 영화제, 창조적 에너지를 더하다
5월16~27일 뤼미에르 극장에서 개최된 제60회 칸 영화제는 전통과 모더니티가 조화를 이루는 미래지향적인 페스티벌을 추구했다. 세계적인 영화인들이 ‘60’이라는 숫자 위에서 저마다 날개 짓을 하듯 튀어 오르는 공식 포스터부터 약동감이 넘쳤다.
칸 영화제는 베를린, 베니스와 더불어 제3대 영화제로 손꼽힌다. 베니스 영화제가 세계 최초의 영화제라는 수식어를 지니지만, 칸 영화제야말로 예술성과 상업성, 권위에 있어서 최고의 영화제라 할 수 있다. 이 기간 칸에서는 3개의 영화제가 동시에 열린다. 레드 카펫이 깔려 있는 ‘팔레 드 페스티벌’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되는 ‘경쟁 부문’과 블루 카펫의 드뷔시 극장에서 상영되는 ‘주목할 만한 시선’, 노가 힐튼에서 상영되는 ‘감독 주간’, 미라말에서 열리는 ‘시네파운데이션’이다.
오후 7시 이후 개최되는 시사회에 입장하기 위해선 관람객이라도 남자는 턱시도 정장을, 여자는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 레드 카펫 오른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감독과 배우들처럼 입장객들이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방영되고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올해 개막작은 왕가위 감독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가, 폐막작은 데니 아르캉 감독의 ‘어둠의 시대’(The Age of Darkness)가 장식했다. 칸은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5개국의 감독 35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그들 자신만의 영화’(Chacun Son Cinema)를 제작 상영했고, 60년 동안 칸을 찾은 스타들의 흔적을 담은 사진전과 각종 회고전, 그리고 리비에라 옥상에 ‘60주년 기념 극장’(Salle De 60e)으로 권위를 더했다.
<시상식장으로 향하는 레드 카펫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전도연, 송강호, 이창동 감독.>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 칸 마켓
걸작과 수작, 졸작이 공존하며 제작자와 배급업자간의 사고팔기가 만연하는 칸은 유명 영화배우, 감독들과 나란히 앉아 영화를 관람하고 거리를 활보하다 스타들을 만나도 사인 공세를 펼치기 겸연쩍은 도시이다.
칸 영화제 기간에 열리는 칸 필름마켓은 세계 영화의 3분의1 이상이 선보이는 영화시장으로, 이중 절반이 프리미어(처음 시사하는) 작품들이다. 매년 각국에서 7,000여개 영화 배급사들이 수천 편의 영화들을 들고 부스를 차리거나 바이어가 되어 마켓을 찾는다.
칸 필름마켓은 팔레 드 페스티벌에 연결된 리비에라 구역과 칸 해변을 따라 천막형으로 설치된 인터내셔널 빌리지에서 열리고 있었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KOFIC)가 태극기를 휘날리며 인터내셔널 빌리지 내 코리아 파빌리언을 지키고 있었고, CJ 엔터테인먼트, 시네클릭 아시아, 쇼이스트, 액티버스 등 한국 영화사들이 마켓 내 개별 부스를 마련해 자사의 영화를 판매했다.
영화제 기간에 발행되는 영화 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과 ‘버라이어티’ 등이 한국 영화 특집을 다뤘다. 단연 화제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김기덕 감독의 ‘숨’이었고, 한국 영화사들의 판매 계약 및 이승재 LJ 필름 대표의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다.
특히 올해 칸 마켓에서는 북한 영화 ‘한 여학생의 일기’(A Schoolgirl’s Diary·감독 장인학)가 2회의 시사회를 통해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프랑스 영화사 ‘프리티 픽처스’가 판권을 소지한 이 영화는 지난해 8월 북한에서 개봉해 8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에서 만난 한국인들
2001년 칸 방문에 이어 6년만에 밟은 칸은 유로의 강세로 인해 유쾌한 여행만은 아니었다. 공항에서 100달러를 내미니 70유로가 채 되지 않은 돈이 수중에 들어왔다.
그래도 이번 방문길에는 칸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만나 즐거웠다. 칸에 처음으로 오픈한 한국식당 ‘스시타임’(Sushi Time, 17 rue Notre-Dame 06400 Cannes)의 이영섭 사장 가족과 시푸드 레스토랑 ‘그란데 카페’에서 만난 입양인 마이클(한국명 인권)이다.
호텔 그레이 달비언(Hotel Gray d’Albion) 옆 호텔 머제스틱(Hotel Majestic) 뒤편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한국 식당에는 영화제 기간 내내 한국에서 날아온 영화사 직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불고기/돼지불고기 정식이 18.50유로였고 김치찌개, 비빔밥 등의 한국식 메뉴는 아무리 최고의 맛이라도 프로방스 요리로 끼니를 때우던 한인들에겐 별식이었다.
칸-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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