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의 일요일 회견 프로그램인 ‘언론과의 만남’의 사회자였던 팀 러서트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뒤따른 조문 행렬과 장례식은 거의 국장 수준이었다. 한창 일 할 나이인 58세였던 그가 지난 일요일에 나갈 프로그램을 13일 녹화하다가 급성 심장마비로 순직했다는데 대한 NBC나 MSNBC 케이블 채널의 애석해함이나 케이블 채널 쪽의 24시간 내내의 추모방송은 이해될 만하다. 그리고 당시에 유럽을 방문 중이던 부시 대통령을 위시해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 클린턴 부부 등 미국 정계의 거물들이 한결같이 러서트의 때 이른 사망을 애통해한 것은 그 프로그램의 비중 때문이다. 그 프로그램 자체는 60여 년의 역사가 있지만 러서트가 사회자가 된 1991년부터 그는 그 프로그램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반석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30분짜리를 60분으로 만들어 NBC의 수입 증대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신문, 방송 기자들과 평론진을 잘 골랐으며 또 자신의 부지런하고도 철저한 준비로 회견 대상 인물들의 진면목이 시청자들에게 확연히 드러나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의 후계자가 극복하기 어려운 인터뷰 저널리즘의 경지를 개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꿈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거쳐야하는 통과의례처럼 된 그의 프로그램에서 회견 대상자가 과거에 한 발언 등을 이용하여 현재의 태도나 입장과의 모순을 파헤치면서도 결코 반감을 사지 않을 정도의 그 사람 됨됨 때문에 그의 추모 행렬이 그처럼 대단했다고 그의 동료들이 지적한다.
러서트는 뉴욕 주 버팔로 시 출신으로 세계 제2차대전에 참전했던 평범한 사람의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사람으로 쓰레기차 운전사였다. 아들을 대학 보내기 위해 낮에는 쓰레기 수거인으로, 밤에는 다른 직장엘 나갈 정도로 자식에 대해서 희생적인 아버지였단다. 러서트가 법과대학 졸업 후 다니엘 모나한이란 당시 뉴욕 주 출신 상원의원의 비서실장을 했고 그 후에는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보좌관도 거쳤다. NBC에는 1984년에 사장 특별보좌역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했는데 로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NBC 투데이와의 회견 마련을 성사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그 후 NBC 워싱턴 지국장(부사장) 겸 ‘언론과의 만남’ 사회자로서 일요일마다 미국 정치를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는 최고의 해설자 자리를 굳혀왔었다. 몹시 부지런했던 러서트는 자기 아버지에 대한 회고 및 자신의 성장과정과 가족관계를 감명 깊게 그린 책을 두 권 써서 베스트셀러로 만들기도 했다. 금년도 대선에서는 1월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MSNBC의 새벽부터 밤까지의 프로그램들에 나타나 예선 판세를 날카롭게 분석하곤 했었다.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의 대결이 막상막하였던 5월초에 그는 이미 오바마가 후보자로 결정될 것이라고 단언해서 힐러리 쪽의 비난을 받기도 했었지만 결국은 그가 옳았다는 것은 말 하나마나다.
부인은 Vanity Fair 하는 문예잡지의 유명한 저널리스트이고,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22세의 아들 역시 라디오의 스포츠 평론가로 일한다니 부전자전이랄 수 있다. 재정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던 러서트는 연봉이 500만 불이었다니까 엘리트 중 하나였지만 버팔로 시절의 뿌리를 결코 잊지 않는 겸손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단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가 그처럼 인기가 있었던 하나의 이유가 그의 진정성 및 인생과 미국에 대한 남다른 사랑 때문인가 한다. 자신이 대학시절 여름방학이면 쓰레기차 뒤를 따르며 쓰레기통을 비우던 시절을 회고하면서 미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를 강조하던 그는 믿음직한 사람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었을 법하다. ‘호사유피, 인사유명’이란 말이 러서트에게 꼭 들어맞는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