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력은 과학기술 발전에 달렸다. 세계적 무한경쟁 시대의 국가경쟁력은 과학자 양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작은 국토가 반쪽이 나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세계 13위의 경제력을 이룬 것도 과학기술력 배양의 공적이다.
중국 경제발전이 한국을 능가한 비결도 지난 10년 동안의 과학교육 진흥에 있다. 중국서 국비 장학생들이 MIT, 퍼듀, 하바드 등의 여러 교실을 점령하고 영어불통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들이밀던 일이 엊그제 같다.
벌써 중국 과학 실력은 놀랍게 향상되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전면기사(7월9일자)에 중국의 유인 우주선 발사 준비와 관련, 선저우 7호가 상세하게 보도되었다. 중국의 세 번째 유인 우주선으로 우주 유영(Space Walk) 등 미국 기술과 똑 같이 외부의 각종 실험까지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중국 우주항공사업 기사를 읽으며 부러운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다음번에는 무슨 쓴 맛과 수모를 맛보아야 할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얼마 전만 해도 한국 과학도들의 실력이 우수하다며 부러워하던 소리가 선하다.
경쟁사회에서 낙오되는 이유를 한국 유학생들은 세 가지로 지적했다. 그들은 ▲열악한 과학자 대우 ▲장기적인 과학기술진흥정책의 부재 ▲과학교육을 얕보는 정치적 간섭 등으로 망국지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서 학위를 해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필자가 하루를 손꼽으며 귀국을 꿈꾸던 1960년대 고학생들의 체험과는 엄청나게 다른 변화라고나 할까.
한국서 방황하다가 도망치듯 떠나는 과학자도 많다. KCIA(국정원)의 산업기밀 보호센터가 적발한 사건이 90여 건에 피해추산액도 150조원에 달한다. 관련자의 86%가 해당기업 전·현직 임직원이라고 한다. 중국회사에 대가성 유출로 국가손실을 야기한 것이다.
과학도는 발명자의 자세와 고결한 선비정신으로 애국하는 동량을 말한다. 도전적인 창의력으로 과학적 상상력을 현실화해나가는 용사들이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교육 투자, 발명가 양성을 위한 꿈나무 심기가 중요하다. 과학 교육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탐구심이 왕성한 청소년들에게 과학적 상상력을 한껏 펼칠 수 있는 도전 정신을 키워줘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문제에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는 창조적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청소년들이 열정적인 호기심을 탐구해나갈 수 있는 여름방학도 필요하다.
사명감이 결여된 기초과학 정책은 초등학교와 중고교생들의 지속적인 학력 미달 사태로 나타나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초등학생은 2001년 1%에서 50%로, 중학생은 5%에서 11%, 고교생은 6%에서 12%로 각각 높아졌다. 이런 추세는 매년 심해지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원인으로 교육환경과 정서적 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교육열 제고의 심각한 장애 요소로 획일적인 평준화 정책과 학교간의 차이를 인정치 않는 태도가 꼽힌다. ‘지구가 둥글다’거나 ‘지구가 자전, 공전으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은 사실을 알아낸 소수의 노력 덕분인데도 다수결에 따른 인민재판식으로 판단을 내리자는 태도가 한심하다. 과학적 진리와 합리성은 아군이냐 적군이냐의 문제가 아니며 소수와 다수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적 검증에 따른 의사결정이 순리다.
NASA가 보낸 아폴로 우주선이 40년 전에 채취한 암석에서 ‘달에는 물이 있다’는 분석결과를 확인했다. 과학계에선 45억 년 전 지구에 화성 크기의 행성이 충돌할 뒤 발생한 파편으로 달이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우수한 한민족의 두뇌는 투자할 가치가 크다. 명석한 두뇌로 기초과학 교육에 매진해야 부강해지고, 한민족은 이미 기초과학인 수학 등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정신과 자부심도 갖고 있다.
강한 국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80년대의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다시 맛볼 수 없을까. 달나라는 못 가도 ‘한강의 기적’은 재연할 수 있어야겠다. 민족 번영은 과학에 치중해야 이루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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