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만 85세가 되었다. 아버님이 작고하신 나이다. 평균 수명은 살았다. 긴 인생을 되돌아본다.
유년기와 학창시절은 공부에 바빴다.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애도 썼다. 나는 유년기를 만주 한국인 독립군 부락에서, 그리고 국민학교를 만주 하얼빈에서 교포 학교인 한국 보통학교를, 중학부터는 일본인이 주된 학교에서 자라 중국사람과 일본사람으로부터 인종적인 차별 의식을 느끼며 자랐다. 그것은 내가 일본군에 입대 후에도, 예비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본토에서 일본군 소대장을 지내면서도 계속되었다. 청춘기에는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지 풀리지 아니한 문제와 씨름도 해 보았다. 조국 해방의 환희에 들뜨며 원대한 꿈도 그려 보았다.
학도병으로 일본군에 끌려간 경험 덕으로 해방 후는 군문에 종사하게 되었다. 남부럽지 아니한 결혼과 행복한 가정과 남이 부러워하는 4남매의 가장이 되었다. 군문에 몸담은 결과는 대한민국을 위협한 6.25 남침 전쟁에서 나라를 지키며 도탄에 빠진 인생과 전쟁터에서의 황폐를 경험할 뿐더러 스스로가 1만2,000명의 생사를 거느리는 사단장의 중책을 감당하면서도 장병의 희생 위에 태극무공훈장도 받았다. 미국 군사대학에 유학도 하였고 군의 최고지도자가 된다는 신념도 가져보았다. 원칙을 고수하다 반혁명재판에서 10년형을 선고받고 영어의 생활도 해보았다. 결과는 군인들이 득세한 20년간을 홀로 국외자 노릇과 감시의 생활이 되어 부모님은 물론 아내와 아이들까지 고생을 시켰다.
5.16을 반대했다는 결과로 자의 반 타의 반의 유학이었으나 유학 길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그리고 박사를 거치는 10년의 제2 인생 준비를 할 수 있는 이득도 보았다. 1972년 11월에 있었던 반 유신독재 시위를 워싱턴에서 지도한 탓으로 배움에서 얻은 지식의 실용화를 미국에서 잠시 시험해보겠다고 시작한 미국생활이 나의 제2 인생이 되었다. 교포들의 권유로 참여한 한미장학재단도 전 미주화가 되어 연간 350여 명에게 장학금이 수여되게 되고 20년의 가톨릭 대학 교수생활 중 안식년을 이용, 고대와 연대 초빙교수로, 그리고 만 70에 은퇴한 교수로서 고향인 논산 건양대학에서 만 5년을 가르치며 고향에 YMCA의 창설도 보게 되었다. 미국에 돌아와서는 국제 한국학회의 이사장을 맡으면서 세계한인상(Global Korean Award)을 받는 과분한 예우도 받았다.
뜻하지 아니한 아내의 작고로 밀렸던 나의 회고록이 건양대 배 교수가 중심이 된 동료들과 가톨릭대와 건양대 제자들에 의해 2007년 3월 ‘송화강에서 포토맥강까지’로 출판이 되었다. 일반 독자를 위해 생략되었던 나의 군대생활 기록도 미주 한국일보를 통해 연재되었다. 순탄하지 않은 인생이었으나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 인생이 되었다. 감사할 일이다. 나는 유교 가정에서 자랐다. 늦게나마 낮아진 나에게 주님이 찾아주셔서 교회의 장로가 되었다. 젊었을 때 평이하게 생각했던 나의 꿈은 많은 시련과 도전을 받았으나 하나님께서는 그를 참고 이겨낼 힘과 인내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도 주셨다. 나는 어려서부터 작은 키에 고민도 하였고 특히 군에서는 결정적 약점이었다 생각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나로 하여금 그를 보상키 위한 노력을 하게 했으며 새로운 여러 기회도 주어진 셈으로 생각이 든다.
외로운 노년을 건강과 싸우며 의지할 곳 없이 노인정에서 고생하는 동년배를 생각하면 나는 내가 중매한 아들 내외의 따듯한 보살핌과 손녀딸과 같이 생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인생이다. 나의 인생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로 생각되며 무한한 은총에 감사할 따름이다. 남은 여생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에 쓰여지길 바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