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앙지에서 가까운 포모나 시청 건물의 대형 유리창이 지진의 영향으로 박살나 이번 지진의 강력함을 입증했다.
디즈니랜드 관람객들 ‘아찔’
고층빌딩 비상구 탈출 소동
■현장스케치
◎…29일 남가주에 진도 5.4의 강진이 닥치자 애나하임 디즈니랜드는 모든 놀이기구의 운행을 일시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이날 지진 당시 놀이기구에 탑승하고 있던 주민들인 기구가 흔들리면서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날 디즈니랜드에 가족과 함께 놀러온 한인 이승희(30)씨는 “남편과 함께 두 아이들을 데리고 왔는데 어느 순간 어지러움을 느껴 알아보니 지진이라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LA 다운타운 고층빌딩 지역에서는 이날 오전 지진 발생 직후 수많은 근무자들이 건물 내 비상복도와 밖으로 대피, 일대 거리에 갑자기 인파가 몰려나오는 장면을 연출했다. LA에서 최고층 건물의 하나인 ‘에이온’ 빌딩에서도 근무자 수백명이 긴급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 건물에 근무하는 한인 박기현(28)씨는 “갑자기 빌딩이 크게 흔들려 지진이 온 줄 직감했다”며 “노스리지 지진 후 이번 지진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LA 시청 의사당에서 쓰레기 수거료를 인상하는 조례안을 논의하고 있던 LA 시의원들은 시청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감지하고 회의를 잠시 중단했다. 웬디 그루얼 시의원은 “처음에는 의사당에서 회의를 중계하던 카메라맨 때문에 책상이 흔들리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진동이 좀 더 계속됐더라면 시의원들이 책상 밑으로 몸을 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에는 별도의 대피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은 지진 발생 당시 아들과 함께 런던에 휴가차 머물고 있었다. 비아라이고사 시장은 지진 발생 보고를 받고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와 시정부 직원들과 긴급 연락을 취했으며 위성 방송을 통해 CNN과 지역 방송 뉴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김연신·이종휘 기자>
지하 7마일 얕은 단층서 발생
1995년 이후 가장 크지만 노스리지지진 100분의1 불과
29일 치노힐스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지난 1995년 9월20일 리지크레스트 북쪽 10마일 지점에서 발생한 5.8 규모의 지진 이후 13년만에 남가주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
칼텍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1987년의 위티어 내로우 지진과 흡사하지만 규모는 작은 것으로 지구 표면 아래의 한 단층이 다른 단층 위로 밀려 올라가면서 발생한 것이다.
칼텍 지질조사국의 케이트 허튼 지질학자는 29일 “이번 치노힐스 지진은 지구 표면 아래 7마일 지점의 얇은 단층에서 발생했다”며 “좀 더 깊은 곳에서 발생한 지진이었다면 시민들이 이렇게 강하게 지진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질조사국은 지난 1994년 1월17일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 72명이 숨지고 9,000명 이상이 부상하고 250억달러의 재산피해를 냈던 노스리지 지진에 비해 이번 치노힐스 지진은 100분의1 정도에 그치는 지진이라고 전했다.
또 건물의 유리창이 떨어져 깨지는 정도의 피해는 발생할 수 있지만 건물에 큰 균열이나 손상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지진의 피해조사 결과 몇몇 건물이 파손되는 경우도 발견됐다.
지질조사국은 가주 내에서 30년내 발생 가능성이 99.7%에 달한다고 발표됐던 ‘빅 원’(대지진)에 대해서도 더욱 강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허튼 학자는 “시민들이 이번 지진을 통해 한 동안 잊고 있던 지진에 대한 느낌을 되살렸을 것”이라며 “이번 지진으로 우리는 곧 다가올 ‘빅 원’을 대비한 훈련을 한 셈”이라고 말해 분명 가주가 대지진 발생의 위험에 놓여 있음을 암시했다.
한편 치노힐스 지진이 발생한 29일 오전 남가주 지역은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통화량이 갑자기 폭주하면서 한 동안 전화가 불통됐다.
AT&T와 스프린트 등 전화회사들에 따르면 지진 발생 직후 첫 두 시간 동안 일부 라인은 계속해서 통화중 신호가 들리거나 전화가 연결된 후에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고 일부 유선 라인은 신호음이 아예 들리지 않는 현상도 발생했다.
전화회사들은 “단지 통화량이 한꺼번에 몰려 이런 일이 벌어졌을 뿐 통신시설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통화량 급증으로 전화 불통사태가 발생하자 LA시 당국은 응급 상황이 아닌 경우 911 전화를 자제해 달라는 당부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대용·김진호 기자>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29일 치노힐스 지진 피해상황을 보고받은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지진 발생시 대처 요령
이번 치노힐스 지진으로 남가주 주민들의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진 발생 때 대처요령을 알아봤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하에 있는 경우가 지상이나 건물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안전하므로 테이블이나 책상 아래에 잠시 숨어 있는 것이 좋다. 고층건물 사이를 지나는 중에 지진이 발생한다면 건물 유리나 건물 및 간판 파편 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우선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물건으로 잘 가린 뒤 신속히 빠져나가도록 한다. 공원이나 넓은 공간이 있다면 그쪽으로 대피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 중이었다면 단단한 기둥이나 물체를 잡고 몸을 움츠리며 운전자의 지시에 따르도록 한다. 차량 이동 중일 경우에는 운전을 멈추고 라디오에 귀를 기울인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었다면 재빨리 내려 가까운 복도로 대피한다.
혹 운행이 중단됐다면 비상벨을 누른 뒤 구조대가 올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린다. 가정에서는 즉시 개스밸브를 잠그고 전열기의 스위치를 내리며 식탁과 테이블 등 튼튼한 가구 밑으로 몸을 피한다. 혹 건물이 붕괴될 수 있으므로 비상출입구를 확인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