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일을 잘한다. 목표 성취 의욕도 강하다. 성실하다. 따지기도 잘하고 흥분도 잘해서 일이 잘못되거나 부당한 일을 보면 개선하려하는 의지도 대단하다. 감성이 풍부해서 의협심을 가지고 남을 도와주기도 잘 하고 참견도 잘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국 사람들은 모든 주위 사람들이 친구 아니면 적이다. 아주 좋거나 아니면 아주 싫다. 무엇이든지 극단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인들도 처음 뽑을 당시에는 연예인 못지않은 전폭적인 인기를 몰아가다가도 일단 색다른 변화가 안보이면 실망하여서 완전히 돌아선다. 한국 역대 대통령의 운명의 공통점은 처음에는 ‘Somebody’로 시작하여 임기 중에는 ‘Nobody’가 되어버리는 현상이다. 그런데 그것은 국민 성향이 바뀌어 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일을 시켜 봐도 그렇다. 처음에는 가려운데 긁듯이 정말 눈치가 빠르게 일을 잘한다. 상황 판단도 예리하여 실수도 잘 안하고, 실권자 혹은 오너의 마음에 쏙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단 인정을 받으면 일의 속도를 늦추고 꾀를 부린다. 그런데 중국 사람이나 미국 사람들은 반대이다. 상황 판단도 늦고 일도 곰 구르듯 그렇게 더딜 수가 없다. 때로는 정직하답시고 회사에 손해되는 발언도 하고, 일을 한꺼번에 시키면 짜증을 내면서 자기 능력 밖이라며 손을 내젓는다. 그런데 그들은 참 무던하다. 그런데 그 무던함이 나중에는 약삭빠른 한국인을 종종 이기는 이유는 왜일까?
공통적인 현상은 부동산 투기에서도 나타난다. 어디가 부동산이 오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물불 안 가리고 무리를 해서라도 구입하고야 만다. 한국인들의 정보 감각은 정말 뛰어나서 평범한 미국인들이 평생 만져보지도 못하는 큰 목돈을 단기간에 거머쥔다. 한번 큰 목돈을 마련하면 그 종자돈으로 크게 부풀려서 자산을 순식간에 늘려간다. 그렇게 큰돈을 번 한국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매사에 의심이 많아 돈을 잘 풀지 않는 중국인들의 호주머니 종자돈을 따라잡지 못한다.
이 모든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현상들에 공통점이 있지 않은가? 바로 조급하고 단기적인 안목의 국민성에서 비롯된 악순환이다. 왜 한국인 우리는 좀 더 느긋할 수 없는가? 누가 뒤쫓아 와서 목덜미라도 잡을 듯이 달려야만 하는가? 그런데 방향은 확실하기나 한 것인가?
내 평생 중 반은 한국에서, 그리고 절반을 미국에서 살았다. 내가 어린 시절 초등학교 시절부터 쭉 성적을 올리는 것만이 내 일생의 목표였던 때를 기억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관찰해보니 성적은 단순히 인생의 일부분이고 부모 형제와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에 더 관심을 두는 것 같다. 나와 남과의 관계가 숫자로 판단되는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그토록 열심히 공부한 나보다도 더 공부도 잘하고 인정받고 그리고 행복해 보인다. 엄마로서 참으로 기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한편 나를 돌아보게도 한다.
우리 한국인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느긋하고 여유 있게 인생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개개인이 큰 인생의 전환점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남 탓하는 한인 사회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면 우리는 미국에서 성취욕이 강한 민족으로 인정받기 보다는 함께 어울려보고픈 이웃으로 전환될 수 있다. 또한 늘 편안하고 도움 되는 동료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꾸 들리고픈 가게나 상점 주인이 될 것이다. 그 변화의 물결은 특히 한국 본국에 더 필요한 문화가 될 것이다. 대통령은 밤 지새우며 민생고를 걱정하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건강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사회, 당장 보다는 먼 훗날을 생각하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신민수
저먼타운 벤츠 세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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