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독립 국가는 강한 경찰력 발전이 관건이다. 법치주의의 속성은 경찰국가(Police State)의 첨예한 통치제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FBI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17일부터 26일까지 다채로운 축하행사를 추진했다.
비밀경찰 활동은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다 잘 쓰면 병을 고치는 수술용 칼이 되지만 잘못 쓰면 흉기로 돌변한다. 정보·수사기관이 정권의 하수인으로 변질될 때 그 폐해는 막중해진다. 스탈린의 국가보안위원회(KGB)나 히틀러와 게슈타포(비밀경찰)가 반면교사였다.
FBI의 목적은 연방법 위반행위를 수사하는 데 있다. 국가안보와 국익유지를 위해 뇌물수수, 은행 강도, 유괴, 방화, 강간, 테러리스트 등을 수사하는 경찰조직이다. 법무성에 속해 있으며 연방수사국으로 32개의 연방 수사기관 중의 한 부서에 불과하다. 특별히 2개 주 이상에 걸친 수사의뢰와 필요성에 따라 FBI는 해당 주 경찰청, 국세청, 국토안보부 등 다른 수사기관과 유기적 협조를 취한다.
지난해 예산은 60억4,000만 달러다. 대 테러 예산만도 3억1,800만 달러에 달한다. 워싱턴 DC 중심부에 본부가 있으며 56개 지역본부와 400여 곳의 지부시설이 있다. 전 세계 60여 나라에 법무관을 두어 요원활동을 지속하며 극동아시아만도 12곳에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다.
FBI의 임직원은 총 3만847명이며 특수요원 1만2,737명에 직원 1만8,110명이 있다. 전문지식을 강조하고 있으며 계리사, 변호사, 의학, 자연과학, 언어학, 컴퓨터 공학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특수요원 후보들은 FBI 연수원에서 18개월 동안 교훈인 ‘충성, 용기, 성실’ 정신을 습득하고 진충보국을 선서한다. 훈련과 교육과목에는 범죄수사기법, 범죄심리, 조직운영, 이념과 사상, 종교분석, 과학, 자금분석, 사격, 대테러 훈련 등과 현지실습을 통과해야 한다. 연수원은 버지니아 주 콴티토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연수원에는 여성이 20%, 소수인종 20%가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한인계 요원들도 이미 여러 도시와 서울서 근무하고 있다.
FBI의 찬란한 업적과 발전은 무장강도, 대규모 금융사기, 지하조직 파괴, 정경유착 비리, 마약전쟁 등서 높이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FBI의 맹활약 이면에는 ‘비밀경찰’ ‘인종차별’이란 오명도 있다. 정치 개입과 전화도청 논란(1980년)으로 ‘FBI 축소론’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FBI 전 국장 에드거 후버는 ‘밤의 대통령’이란 별명으로 8명의 대통령들을 42년간 보필했으며 1972년 사무실에서 순직했다. 그는 훗날 정·경 지도자들의 약점을 잡아 협박을 일삼았고 숱한 인사들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여성편력 의혹과 녹음테이프 제시로 민권운동을 저지한 것도 후버 국장의 작품이다.
중국위험론이 대두되던 1990년대에는 중국계 미국인들이 FBI의 중점적 감시대상이 되었다. 대만 출신 과학자 리원화를 핵기술 유출 혐의로 체포(1999년) 했으나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다. 리는 2006년 미 정부와 언론들을 상대로 165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았다.
FBI의 로버트 뮬러 국장은 지난 주 CBS-TV와의 인터뷰에서 “이젠 범죄가 발생한 뒤에 쫓아가는 게 아니라 테러가 일어나기 전에 속전속결로 테러범을 붙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FBI와 중앙정보부(CIA)가 긴밀히 협조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9.11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차세대의 FBI는 달라질 조짐이다. 눈앞의 범죄자 체포보다 장기간의 범죄 감시를 통해 범죄 의도의 완전 파악에 역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만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기회균등이 보장된 법치국가다. 애국심과 충성은 불가분의 현실과제다. 법을 존중해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김현길
지리학 박사
전 연방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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