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색적인 전면광고가 내 눈길을 끌었다. 광고의 제목은 “제34대 영남향우회 회장 추천위원 사퇴 성명서”이다. 광고의 내용을 살펴보니 차기 영남향우회 회장 후보로 출마한 사람의 후보자격을 둘러싼 논란에서 불거진 내용들이 실려 있었다. 광고를 낸 사람은 추천위원인 김 모 씨와 박 모 씨로 되어있다. 영남향우회의 회장은 회원들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출마한 후보를 회장 추천위원들이 추천하는 형식을 통해서 선출되는 것 같다.
광고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전직 회장 일부가 주축이 된 추천위원들이 ‘음모의 들러리’를 통해 회장후보 자격이 없는 사람을 회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되어있다. 광고에 의하면 이 후보는 영남출신이 아니다. 영남사람이라는 증거로는 ‘마산에서 찍은 사진 한 장’뿐이라는 것. 증거를 확고하게 하는 길은 호적등본인데 이 후보는 이 증빙서류를 첨부하지 않았다는 광고의 주장이다. 또 이 광고는 이번 사태를 주도한 사람들이 작년 1월에 회칙을 직선제에서 ‘회장 추천위원회’라는 간선제로 바꾸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일자에 또 눈길을 끄는 광고가 실렸다. 영남향우회 ‘회장 당선 공고’다. 영남향우회 회장 추천위원회 의장 성 모 씨의 이름으로 나간 광고다. 이 광고는 김 모 씨 회장후보를 회장으로 추천한 8명의 추천위원 명단도 공개했다. 그런데 이 명단 가운데 전번에 신문광고를 통해 ‘추천위원 사퇴 성명서’를 냈던 박 모 씨 추천위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광고는 김 후보는 “적격심사와 청문회를 통과, 적법하였음으로…”라는 표현을 통해 김 씨 당선의 합법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퇴 성명서’가 지적했던 김 후보는 “영남인이 아니다”를 반증할만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아마 박 모 씨 추천위원은 그럴만한 증거가 있어 그의 ‘마음’을 바꾸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 두 광고를 보면서 한인교포 단체들이 좀 더 각성해야 될 점이 있지 않나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는 교포사회에 여러 종류의 단체들을 본다. 출신지역이 같은 사람들의 모임, 출신학교가 같은 사람들의 모임, 직업이 같은 사람들의 모임, 출신군대가 같은 사람들의 모임, 혈통이 같은 사람들의 모임, 심지어 이념이 같은 사람들의 모임 등이 있다. 이 들의 공통점은 비영리 친목 봉사단체이지 정치단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조와 마찬가지로 교포사회의 이런 단체들이 이른바 혈연, 지연, 학연의 고리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또 이런 단체의 장이 되는 것은 마치 어떤 정치적인 ‘자리’를 누리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 않나 하는 걱정이다. 실은 단체장이 된다는 의미는 모든 회원들보다 더욱 봉사에 앞장서고 회원들 사이의 친목을 앞장서서 도모하겠다는 ‘희생의 선언’이다. 이런 순수성이 결여된 회장후보는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 우선 이번 영남향우회 사태만 봐도 그렇다. ‘희생의 선언’을 하는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불미한 사태’를 일부 추천위원들이 신문광고를 통해 까발려야 속이 시원했을까? 내부적으로 수습 해결했어야 했다. 따라서 김 후보의 자격여부도 내부에서 해결했어야 될 사안이다.
나는 김 후보가 영남출신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를 규명하는 방법과 순서가 좀 잘못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런 일은 회원들 사이에서 회원들이 해결했으면 훨씬 좋았을 뻔 했다. 또 ‘회장 당선 공고’도 ‘사퇴 성명서’광고를 통해서 일부 추천위원들이 주장한 김 후보가 “영남인이 아니다”의 의문을 풀어주었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는 김 ‘당선자’가 ‘희생의 선언’을 이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안겨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사태는 이미 교포사회에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이번 사태를 둘러 싼 신문의 광고와 기사들이 미국신문에 게재되어 미국독자들이 읽었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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