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나는 바라는 것이 되리라.
어느날 하나의 사상이 되리라;
어떠한 창도 황무지로 몰고 가지 못하는 것,
비록 어떠한 서적이라도;
산에 떨어지는 비마냥
풀잎 싹트는 칼날에 쪼개지는 비,
그 곳에는 권력도 승리하지 못하고,
도피하는 정의도 이기지 못하는 곳.
어느날 한 마리의 새가 되리라,
그래서 나의 무존재에서
나의 존재를 비틀어 꺼집어 내리라.
내 날개가 오래 오래 타 버릴 터이니
그럴수록 진리에 더욱 더욱 가까워 지리,
다 타 버린 잿더미속에서 일어나리.
(마무드 다위쉬, Marmoud Darwish,
‘이방인의 침대‘, ‘Bed of the Stranger’, 1999)
사람은 누구나 어찌할 수 없는 굴레를 걸치고 태어나 살아 간다. 그 굴레가 권력이든 재력이든 지위이든 지식이든 아니 죄이든 일생동안 올라감과 내려감의 굴곡을 겪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 인간의 본질인지 모른다. 그 굴레가 정치적이며 통치적이며 종교적일 경우 더 처절하고 숙명적일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과정이 삶의 여정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누구나 굴렛에서 벗어 나고자 가지 가지의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고 추구하고 있으며, 그 과정이 인간의 역사임을 알 수 있다.
이 시는 시인이 안고 있는 타고난 팔레스타인인이라고 하는 인간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며 추구하는 모습을 그린 시이다. 시인은 2가지 해방의 길을 모색한다. 하나는 ‘생각’, ‘사상’이 되어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사상은 어디에나 원하는 데로 갈 수 있고 어떠한 무력이나 주장도 몰고 갈 수 없는 자유가 있으며, 더욱 기득권적인 안온함을 안겨 준다. 그러나 사상은 한가지 피할 수 없는 한계를 간직하고 있다.
산에 내리는 비가 어찌할 수 없이 보잘것없는 것같은 풀잎의 칼날에 쪼재저 나가는 것과 같이 사상은 분리되고 갈라저야 하는 한계성을 지녔다. 권력의 승리도 정의의 승리도 없는 땅이기는 하지만 사상은 땅에 부디치려는 순간 내편과 네편이 갈리는 분단의 운명을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다른 하나의 길을 모색한다. 한 마리의 새가 되는 것이다. 새도 사상과 같이 어디에나 날아 갈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어서 굴레를 벗어나는 길이라고 한다면 사상과 다른점이 없다. 그러나 새가 되어 굴레를 벗어나는 길은 자유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편과 네편이 되어 하늘을 날으는 두날개를 자유보다는 오히려 불살라 태워 버리는 것이 굴레에서 벗어나는 새의 길이다. 그 것만이 잿더미속에서 소생하는 불사조마냥 굴레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참다운 길인 것이다. 인간굴레의 완전한 탈피는 ‘태워 버림’과 무존재에서 존재자체를 ‘비틀어 끄집어 냄’이다.
인간굴레로부터의 벗어남은 ‘사상’에 있는 것이 아니고, ‘태워 버림’에 있다는 진리이다.
마무드 다위쉬는 1942년 지금은 이스라엘 땅이지만 팔레스타인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팔레스타인인이라고 하는 숙명적인 굴레를 벗어나고자 무척이나 애쓰다가 지난 8월 9일 67세의 일기로 미국 휴스턴의 한 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다고 세상을 떠난 팔레스타인의 민족/계관시인이다. 그는 1948년 이스라엘 국가가 수립되자 레바논으로 피신했다가 팔리스타인인의 굴레를 벗어 보고자 이스라엘의 공산당원이 되어 모스코바대학에 유학까지 간다.
그후 카이로, 바이루트, 파리등지에서 26년간의 망명생활을 하다가 팔레스타인국가를 인정하는 오슬로평화협정이 체결된 1996년 웨스트 뱅크로 돌아 온다. 그 후 야셋 아라팟의 독재와 팔레스타인자체의 분쟁이 시인을 절망에 몰아 넣는다. 공산주의도 팔레스타인 해방운동도 시인의 근본적인 인간굴레를 벗어나게 하지 못했다. 두 날개를 타 태워 버린 젯더미속에서 인간의 참된 존재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인간굴레를 벗어나게 된다고 시인은 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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