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을 떨며 경계령이 발령된 폭풍은 촘촘히 비바람을 앞세우고 해안을 따라 북상했다. 애꿎은 나뭇잎들이 새파랗게 질린 채 길가에 뒹군다. 살며시 구름을 헤치며 해가 축축했던 오후를 말린다.
대학교로 자녀들을 떠나보낸 가정은 쓸쓸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텅 빈 자리를 부부가 메우기란 역부족이다. 으레 그럴 거라고 들어온 터이지만 막상 이런 으스스한 날씨에다 주말이면 더욱 허전해져가는 것이다. 아이가 앉았던 식탁 의자, 숙제와 씨름하며 컴퓨터를 두들기던, 또 기타를 치고 있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침대가 잘 정돈된 채로 고스란히 놓인 것도 마음에 걸린다. 금세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서며 가방을 던지며 어머니 하고 부를 것만 같은 착각을 한다. 이때가 부모들이 중년을 지나는 시기이다. 특히 어머니들이 겪는 갱년기인 것이다.
그런데 이때의 아버지들은 갱남기라고 불리지는 않지만 거의 비슷한 위기를 겪게 된다. 중년의 72%가 하나 이상의 질병을 앓게 된다. 신체의 변화도 일어나서, 돋보기를 쓰기 시작하며, 번쩍이는 대머리로 고민이 시작된다. 부인들은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신경질을 부린다. 성감의 변화로 고민하는 이도 생긴다. 대부분 경제적으로는 안정을 이루고, 사회적으로는 책임 있는 위치에 있으며, 심리적으로는 가정과 직장에 충실하지만 위선과 자기기만에 빠지기 쉽고, 성숙한 삶 속에서도 시기와 승패에 집착하며 경직된 인간관계에 빠지기도 한다. 일관성 있는 생활 속에서도 참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말하며 쉽게 흥미를 잃는다. 비정상적인 청춘을 구가하며 회춘에 과감히 투자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이때 부부 관계에서는 위기의 문턱에 와있다고도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쏟아 부었던 관심이 자연히 부부 앞으로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진부한 부부 관계라면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난 격이다.
먼저 예전에 아이들에게 받쳤던 관심처럼 부부간에도 싫든 좋든 따뜻한 관심을 가져라. 집안의 강아지도 그렇게 애지중지 하는데 어째서 부부간에 그렇게 썰렁하게 대할 수 있는 걸까. 한편이 되어주어서 아이들에게 퍼부었던 그 사랑의 반만이라도 해주어야 한다. 차가운 고양이도 귀히 아끼면 자기에게 오지 않는가?
따뜻하게 말하라.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 했는데 부부간에 진 빚도 없을 터인데 따듯하게 말해주면 따뜻한 열이 부부의 마음을 덮을 것이다. 불평하는 말도 따뜻하게 하면 불평으로 들리지 아니하고 격려로 들리는 것이다.
따뜻하게 대하라. 웃으며, 가볍게 키스하며, 사랑을 손짓으로 표현하는 것은 말보다 때로는 더 확실하게 도장을 찍는 것이다. 상투적인 인사차림은 의심을 낳지마는 자기만의 독창적인 표현은 진실을 덤으로 가져다준다.
중년을 성공적으로 지내기 위해선 위의 따뜻함 외에도 냉정하게 해야 할 것들도 있다. 자기 스스로 신체와 정신적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만은 자신이 해야 할 필수과목이다.
자기의 재질과 재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축적해야 한다. 새로운 훈련과 커리어를 찾아낸다. 이웃과 동포를 위해 작은 봉사로부터 시작한다. 고루한 생활 시간표를 계속 융통성있게, 여유있게 짜며 실행한다. 지금부터 자기 통찰과 발전을 위한 생활 일기를 쓴다.
멀리 떠나있는 자녀들에게 평범한 부모의 이야기와 옛 추억을 이메일, 손수 그린 카드와 엽서, 장난스런 만화로 안부를 전하며 사랑을 나눈다. 자녀들의 친구에게도 이메일, 혹은 카드로 자녀들의 좋은 친구가 돼주어서 고맙다는 연락을 함으로써 연결 끈을 만든다. 이는 자녀들의 안녕을 위해 새삼 필요한 네트워크가 되므로 반드시 시행해볼만 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혜롭고 융통성 있는 중년기는 황금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위기는 가정의 화평과 번영을 위한 기회이다. 전환(conversion), 변화(change), 그리고 도전(challenge)이라는 3C를 염두에 두고 빈 둥지를 행복으로 채워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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