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하와이 대학의 신문학 조교수로 근무했을 때는 영문학과 소속으로 나의 교수실이 7층짜리 건물의 3층에 있었다.
어느 날 10불짜리 하나가 공중에서 날아 내려오더니 내 창문 옆에 떨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내 방 바로 위에 있는 4층부터 7층의 교수실에서 떨어져온 것으로 짐작되어 네 명의 교수에게 만약 돈을 잃어버렸으면 연락을 하라는 메모를 보냈다. 그 중 하나인 레온 에델 이라는 교수가 자기 지갑을 열다가 10불이 날아갔노라고 알려주어 그에게 돈을 돌려준 적이 있었다. 얼마 후 미국의 유명한 평론가였던 에델 교수에 대한 인상이 싹 흐려진 사건이 발생했다. 그를 석좌교수로 하와이 대학에 초빙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였던 ‘싱클레어’ 전 총장의 부인과 간통 행위를 범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싱클레어 교수로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황당한 사건이었을 것이다. 에델은 자기 자신의 부인과 친구를 배신했으면서도 계속 학교에 남아있음으로써 뻔뻔스러움을 나타냈을 뿐 아니라 자기 부인과의 이혼 사건 과정에서 자신의 불륜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기억이다.
소위 기독교국이라는 미국의 성도덕 문란은 심각한 수준이다. 모세의 10계명 중 제7 계명이 “간음하지 말지니라”고 분명히 나와 있다. 예수께서는 한걸음 더 나가서 간음 또는 간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음욕 자체를 경계하도록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셨다. “또 간음치 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 남녀관계는 결혼한 부부 사이에만 국한되어야 한다는 성서의 가르침은 땅에 팽개쳐져 있는 형국이다.
특히 정치인들 사이에서 위선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의 바람피우기는 “배꼽 아래의 일은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당시 언론계의 불문율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감추어졌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에드워드 케네디가 대통령 출마를 못 한 이유 중 하나도 그의 여자 선거운동원이었던 ‘매리 조 코페크니’ 양이 케네디가 차를 몰다 물에 빠트린 자동차에서 죽었던 사건 때문이었다.
최근의 예로는 빌 클런턴의 주지사 시절부터의 혼외정사들이 있다. 대통령 집무실조차 여자 인턴과의 성관계 장소로 사용한 클린턴은 탄핵재판에까지 회부되었지만 간신히 임기는 마칠 수 있었다. 2004년 대선전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왔었고 금년도 대선 예선 때는 유력 주자의 하나였던 존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도 공적으로는 암 투병 중인 자기 부인을 가장 사랑하는 척 하면서도 바람을 피웠던 것이 들통이 나 정치생명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일 가증스러운 행태는 소위 교직자들의 위선에서 발견된다. 일부 가톨릭 사제들의 남녀 아동들에 대한 성폭행 때문에 피해자들이 일생동안 겪어야 하는 악몽과 ‘하나님께 대한 불신’은 ‘양의 탈을 쓴 이리들’이란 예수의 표현을 상기시킨다. 개신교파들 중에서도 짐 베이커, 짐 존스 등 간통이나 동성애를 정죄하던 목사들이 똑같은 짓거리들을 일삼아 하느님께 모독을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기는 마틴 루터 킹 목사도 불륜의 경우가 있어 당시 FBI 국장이던 제이 에드가 후버가 비밀 녹음을 해서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들려주었다는 일화도 있다.
킹 목사 밑에서 민권운동을 배운 제시 잭슨 목사도 얼마 전 자기가 주관하는 민권단체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었을 뿐 아니라 그의 입을 막고자 그 단체의 기금을 사용했었다는 것이 보도된 바도 있다. 잭슨이 전에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와 비교해서 꿈에서나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버락 오바마에 대한 질투의 표시로 속된 표현을 사용하며 “오바마의 고환을 자르겠다”는 말을 한 것이 마이크에 포착되었던 것도 그의 위선적 행위임에 틀림없다.
소위 사회지도자들의 성도덕 문란이 이 지경일진대 미국 일반 층과 청소년들의 성도덕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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