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목사님이 “사람의 욕심 때문에 경제적 버블이 생기고, 그 버블이 꺼지게 되면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기 때문에 경제 공황이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사람들의 군중 심리와 경제를 잘 이해한 해석이라고 생각되었다.
금융 위기를 일단 넘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정부는 7,000억 달러란 천문학 적인 돈을 투입해 월스트리트의 금융대란 대처에 나섰다. 그러나 이 돈 대부분은 근근이 한 달 벌어서 한 달 쓰는 일반 국민들의 가난한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 세금이 줄어들기는커녕 정부의 씀씀이가 커지는 바람에 나라의 부채는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고 결국 순간의 악순환을 막아보려고 정부가 나선 것이 구멍 뚫린 독에 물붓기가 될지, 아니면 정말 효과적인 처방이 될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서민 경제이다. 아무리 나라의 전반적인 경제가 악순환을 거듭한다 할지라도 국민들의 정신이 살아있고 어려움 속에서 배우려는 의지가 있으면 몇 년간의 고통은 넉넉히 이겨내고도 남는다. 그런데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다고 책임 전가를 하면서 가정을 지키지 못하고 자포자기 해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정말 그 고통은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렵게 되면 사람들이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들기 쉽고, 그에 따라 범죄가 늘어나고 탈세와 불법이 늘어나게 된다. ‘처자식이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는데 그까짓 법이 무슨 상관이냐’ 내지는 ‘부자들 망하지 말라고 돈을 쓰는 정부에 세금은 꼬박 내어서 무엇 하냐’ 등의 여러 감정적인 논리가 잘못된 판단의 정당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여유를 가지고 나중 결과를 생각하고 바른 판단을 하여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젊은 여성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남편 월급에만 의존하여 생활을 꾸려가던 주부였다. 그러던 중 남편이 남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보고 열심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동산 중개업 공부를 하겠다고 나섰다. 계획은 야무졌지만 몇 달 동안 아무런 실적이 없자 그녀가 생활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바닥이 나고 어린 아이들을 맡길 여유도 없게 되자 친지들에게 돈을 꾸러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조차 돈 이야기에는 등을 돌렸다. 하물며 인연을 끊고 살자는 모진 대우까지 받았다. 이에 현실이 얼마나 차가운지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원하던 직장을 얻었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성공도 했다. 남편도 전문 직종으로 다시 돌아갔다.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경제적 안정권에 들어섰다. 그러나 모진 현실을 한번 경험한 이 부부는 제일 먼저 빚 청산을 서둘렀다. 남들이 큰 집으로 이사 간다, 투자 한다 난리가 났을 때에도 땀 흘려 한푼 두푼 번 돈 외에는 믿지를 않았다. 남들이 미련하다고 손가락질할 때도, 예금은 바닥이 나고 직장도 없었던 그 때 매달 날아오던 청구서들의 악몽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가난한 처지를 비웃었던 사람들의 냉대를 상기하고 또 상기했다. 절대 투기에는 손 댈 생각도 없었고, 또한 돈이 돈을 번다는 월스트리트의 신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믿지도 안았다. 결국 그녀는 옳았다.
정부가 거액을 투자해서 금융 대란을 막아보겠다는 발상이 관철될지 안 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그러난 분명한 것은 오늘과 같은 때는 재테크 기술로 열심히 돈을 번 사람보다, 빚 안지고 돈에 욕심내지 않고 둘을 벌면 하나 저축해온 사람들이 신흥 경제 주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왕 배우려면 모질게 배우고 확실히 깨닫는 것이 바른 내일을 준비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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