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공관장으로 부임한 유럽의 북한 대사를 만났다. 신임장을 제정하러 갔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신임장을 제정하려면 연미복을 입어야함은 불문가지 아니던가. 재임 기간 동안 연미복을 입어야 할 경우가 종종 있을 법한데 유럽의 살인적 물가로는 연미복을 마련할 마땅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기성복을 빌려 입는 방법이다. 한번 빌리는 비용이 100유로, 미화 140불이다.
“내 봉급이 얼마인줄 아십네까? 미화로 700불정도 됩니다”
연일 외교가에서 벌어지는 파티를 쫓아다니려면 쥐꼬리만한 봉급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 이유로 연미복을 빌려 파티에 나가는 일은 한 달에 한번 정도로 제한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다. 대사관 성원이 10여명 안팎인 유엔 대표부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외식을 삼간 채 공관 건물 내에서 자체적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모양새다.
미국 정보부가 파악하는 북한 1인당 GDP가 1,800불이다. 요즈음 같은 환율 파동만 없었다면 2008년 남한의 GDP는 2만3천불, 미국의 4만6천불에는 미흡한 형편이지만 자원이 부족한 남한으로서는 선방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가하면 통계가 없는 탓에 고무줄 같은 북한의 경제 규모를 파악하기란 북한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지경이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경제규모가 넉넉한 형편이 되었기에 재외 공관에 나가 있는 대사들의 봉급은 물어 볼 이유가 없어 보인다. 최근 주불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운전기사의 연봉이 1억이 넘었다고 해서 화제에 오른 일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 20년 동안 지속해 왔던 북한에 대한 테러국가 지정을 해제한다는 발표를 보며 문득 북한 대사의 봉급이 머리에 떠올랐다.
북한은 지난 부시의 임기 8년 내내 이란과 이라크와 더불어 ‘악의 축’으로 지목받아 온갖 경제제재뿐 아니라 적성국으로 세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 왔다. 지난 2003년 이라크를 무너뜨린 후 미국은 해마다 이라크 전후 사업에 2천억불 이상을 쏟아 부었다. 물경 1조억 불이 넘는 돈이라면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8천억불을 넘어 선 단순 수치 이상이다. 미국은 소련이 무너진 이후 세계 경제 질서를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짜깁기 해왔다. 이라크로부터의 철군을 협상하고 있는 국방장관이 탈레반과 협상할 준비가 되었다는 코뮤니케를 발표하였다. ‘악의 축’ 북한이 일거에 미국의 동반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더 이상 북한을 적대적으로 보지 않겠다는 미국의 해제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다.
북한은 6자 회담 내내 미국은 고사하고 중국이나 주변 강대국에 끌려 다니지 않는 고집(?)을 보여 주었다. 최근 불거진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기류마저 나타나고 있다. 금강산 총격 사고로 얼어붙었던 이명박 정부의 입지를 바짝 조여서 대북 지원에 대한 제한을 풀도록 만든 것은 북한이 부차적 전리품일 것이다. 북한만이 할 수 있는 고단위 충격 요법인 셈이다. 더불어 미국의 지뢰군을 단숨에 걷지 않았던가?
가공할만한 북한의 외교력은 도대체 어데서 나오는 것일까? 상식을 뒤집는 무지일까? 물론 핵개발에서 오는 리스크를 역으로 이용해온 저들의 작전이 절묘하리만치 성공을 거둔 것은 재차 물을 이유가 없는 부분이다. 벼랑 끝 전술로 표현되는 북한식 후려치기로 미국이나 일본, 한국을 상대로 한판승을 거두었다.
7,000원은 북한총리의 한 달 봉급이다. 공정환율 150원으로 따져도 47불이 채 안 된다. 뒷거래 시세로는 겨우 2불 수준이다. 월 700불을 받는 북한 재외 공관장의 박봉으로 골리앗 미국과 싸워 한판승을 거둔 북한. 더 늦기 전에 외교연수원을 평양으로 옮겨 우리나라의 외교관을 재교육이라도 해야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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