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체포통보에 농담하냐 오히려 큰소리
갖가지 비리 행각에 연루돼 기소된 라드 블라고예비치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가 연방수사국(FBI)이 체포 방침을 통보하는 순간에도 `위풍당당’한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블라고예비치가 독직 부패 등 혐의에도 불구, `무죄’를 주장하며 사퇴는 커녕 정치적 야심까지 버리지 않고 있어 향후 정치적 후유증과 파문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0일 뉴스위크에 따르면 FBI 고위 인사는 체포 당일인 지난 9일(현지 시간) 오전 6시께 블라고예비치에게 전화를 걸어 체포 계획을 사전 통보했다.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깬 블라고예비치는 FBI의 체포 계획을 들은 뒤 지금 이거 농담하는 거지?라고 반문하며 `맘대로 해보라’는 식의 반응을 보여 전화를 건 고위 수사관을 오히려 황당하게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사퇴로 공석이 된 상원의원직을 매매하려 했던 `뻔뻔스런’ 행각을 보인 블라고예비치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고 10일 오전 사무실로 당당히 출근했다.
블라고예비치가 돈을 받고 상원의원직에 지명할 것을 검토해 온 인사는 미 하원의원 제시 잭슨 주니어와 데니 K. 데이비스, 전직 주상원의원 에밀 존스, 태미 덕워스 등으로 알려졌다.
그는 제시 잭슨 주니어 의원 등과는 실제 돈거래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오고간 것으로 나타났으나 FBI의 도청 자료에 비춰 보면 그가 차기 상원의원을 임명할 의사가 실제 있었는지 다소 불투명하다.
블라고예비치는 상원의원직을 팔아 거액의 자금을 모은뒤 `이미지’ 변신을 통해 2016년 대권 도전에 나선다는 담대한 야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상원의원직 매매 작업이 신통치 않자 자신이 직접 물려받은 방안을 검토했다.
이는 비리 사실 등이 드러날 경우에 대비, 상원의원으로서의 영향력을 십분 활용해 보겠다는 저의를 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미 연방검찰은 해석했다.
일리노이주 상원에서는 블라고예비치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고 상원의원직은 더 이상 주지사의 임명 절차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 뽑자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패트릭 퀸 일리노이주 부지사는 현재 지지율이 13%에 불과한 블라고예비치에 대해 업무에서 비켜나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주장했다.
블라고예비치는 그러나 연방검찰의 감청 수사를 `리처드 닉슨 전대통령의 비밀 도청 행각’에 비유하며 강력 비난했고 `할테면 얼마든지 해보라’며 큰소리쳤다.
블라고예비치는 특히 사적이든 공적이든 나를 도청하는 문제에 개의치 않는다. 다만 내가 무슨 얘기를 하든 항상 합법적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수사 결과에 결코 승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미 정가가 그의 처리 문제로 상당기간 진통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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