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영장없는 불법 도청 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딥스로트’ 중 한명인 전직 미 법무부 요원과의 공개 인터뷰 내용을 게재해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 법무부 전관리인 토머스 탐(56)은 2004년 봄 테러리스트와 스파이 용의자에 대한 감청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1급 기밀을 취급하는 요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탐은 아버지가 FBI(미 연방수사국) 고위 관리로서 악명높은 에드거 후버 전FBI 국장 밑에서 일한 인사인데다 어머니와 형 등 일가족이 모두 FBI에서 근무한 출신 배경 등에 비춰 법무부 1급 기밀 요원으로서 일하는데 적임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탐은 에드거 후버 전국장의 책상 밑에서 놀며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검사로서 성공적인 이력을 쌓아가며 능력있고 청렴한 공직자로서 자부심이 강했다.
테러 용의자에 대한 도청 업무를 직접 맡았던 탐은 당시 우연히 미 국가안보국(NSA)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도청하는 1급 기밀 `프로그램’이 있고 도청 프로그램이 `특별’ 내부 규정에 따라 연방 판사의 허가없이 불법 자행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탐은 불법 도청 프로그램을 알게 된 뒤 어떻게 해야할지 고뇌에 빠졌다. 상관들은 탐이 불법 도청 문제를 제기하자 곧바로 무시하라고 명령했고 상원에 근무하던 친구에게 불법 도청 문제를 상의하자 친구는 정부 기밀로 보이는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를 우려하며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수주 동안 고민하던 탐은 어느 날 점심 시간에 펜실베이니아 애버뉴에 있는 지방법원 건물 근처에 있는 지하철 역사에 숨어들어 주변을 둘러보며 감시자가 없는지 살핀 뒤 전화기를 들었다.
자신이 마치 스파이가 된 것처럼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른 채 탐은 뉴욕타임스에 전화를 걸어 불법 도청 프로그램 존재 사실을 제보했고 한통의 전화 제보는 결국 워싱턴 정가는 물론 탐 본인의 삶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제보가 이뤄진지 18개월 가량 지난 2005년 12월 뉴욕타임스는 탐의 `밀고’를 토대로 부시 행정부가 NSA로 하여금 미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법원의 허가없이 전화와 이메일을 불법 도청 또는 열람할 수 있도록 비밀리에 인가해 줬다고 폭로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불법 도청 사실이 공개되자 법무부 내부에선 기밀 유출에 대한 책임 논란이 불거졌고 부시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에 기밀을 제보한 행위를 치욕스런 일이라고 비난했다. 연방 수사당국은 즉각 기밀 유출 `형사범’을 색출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뉴욕타임스는 불법 도청 특종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고 미 의회는 도청 행위에 대한 철저한 감독 방법을 규정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으나 정작 비리를 폭로한 탐은 비참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FBI는 지난 2년 6개월 이상 탐을 상대로 무차별적이고 냉혹한 추적 조사를 진행해 오면서 자택을 급습, 수색해 재산을 압류하고 부인과 자녀를 심문하고 있다.
탐은 기밀 유출 `범죄’를 스스로 인정하라는 FBI의 요구를 정면 거부했으나 언제 연행될지 알수 없는 극도의 긴장된 생활로 우울증까지 앓고 있는 게 현실이다.
능력과 정의로운 공직 생활을 인정받아 법무부내에서 최고로 영예로운 `존 마셜 어워드’을 받기도 했던 탐은 최근 어두운 그림자에 휩싸인 자신의 삶에 지쳐 사건이 터진 이후 처음으로 그간의 상황을 공개적으로 털어놓게 됐다.
그는 불법 도청 프로그램이 누구든 당연히 알아야 할 일로 생각했다며 정부내 고위 인사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게 놀라운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감청의 소스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제보하지 않았다며 뉴욕타임스에 제보한 내용에는 NSA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전략이나 운영에 관한 것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제보를 받은 뉴욕타임스 기자는 10명 이상의 인사로부터 익명을 전제로 프로그램의 합법성 문제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탐은 감시의 눈길을 피해 변호사업을 재개하려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3만 달러 이상의 빚에다 우울증을 앓고 있고 일각에서 `배신자’라는 소리까지 `딥스로트’의 비참한 말로를 경험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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