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에어웨이스 항공기 불시착 사고기 탑승객 린다 한씨가 당시 얼굴에 입은 상처를 가리키며 구조 직전의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기도하다 눈 떠보니 모두 비상구로 달려
린다 한씨 ‘악몽의 순간’ 회상
얼음같은 강물에 몸 절반잠겨
인대 늘어나고 콧등 상처 입어
“아직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요”
허드슨강 불시착 사고기 155명의 탑승자 가운데 한 명으로 극적 생존한 한인 린다 한(52·애나하임)씨(본보 16일자 보도)는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16일, 밤새 잠 한숨 제대로 잘 수 없을 만큼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사고현장에서 세인트 빈센트 병원으로 이송돼 X-레이 촬영과 응급처치를 받은 뒤 새벽 0시30분 항공사측이 마련한 맨해턴의 록펠러센터 클럽 쿼터스 호텔에 도착해 하루를 묵었다는 한씨는 갈아입을 옷조차 없어 전날 강물에 빠져 젖었던 옷을 그대로 말려 입은 채였다.
인터뷰 도중에도 당시의 악몽이 떠올라 숨을 다시 골라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도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지인들의 안부전화는 한씨에게 자신의 생존을 매순간 거듭 확인시켜 주는 유일한 끈이었다.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등과 목, 어깨의 혈관과 힘줄이 늘어나는 부상을 입은 한씨는 통증이 심해 약까지 처방받아 왔지만 후속 치료는 남가주 집으로 돌아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씨는 “불시착 직전 누군가가 기도를 하기에 자신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시작했는데 문득 눈을 떠보니 옆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것을 발견한곤 부리나케 비상구로 향했다”고 당시 구조 직전의 상황을 설명했다.
비행기 동체 밖으로 나오면서 구명조끼를 받아들었지만 그때는 이미 비행기 안으로 흘러들어온 강물에 몸이 절반가량 잠긴 상태였다. 밖에서 요동치는 강물의 물살이 상당히 거셌고 살을 에는 추위도 느껴졌지만 무서움보다는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강물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이때 어디선가 날아온 얼음 덩어리가 콧등에 꽂히는 바람에 코에 작은 상처도 입었다.
가족들조차 한씨가 사고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친언니를 보러 7개월째 매달 한 차례씩 뉴욕을 방문했던 한씨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의식을 잃은 언니가 중환자실로 옮겨진 것을 보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는데 자신이 생사를 오가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놀란 가슴을 다시 한 번 쓸어내렸다.
16일 유나이티드 항공편으로 LAX에 도착, 가족과 지인들의 품에 안긴 한씨는 이번 사고로 비행기 공포증이 생겼지만 그래도 언니를 보기 위해 다음 달에도 다시 뉴욕을 찾을 예정이라며 뜨거운 형제애를 나타냈다.
<뉴욕-이정은 기자>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US에어웨이스 1549편에 탑승했다가 기적처럼 생존한 린다 한(52·애나하임)씨가 16일 오후 6시50분 유나이티드 항공편으로 LA공항에 도착했다. 한씨는 마중나온 남가주사랑의교회 교우들과 얼싸안고 살아 돌아온 기쁨을 나누며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한씨는 “하나님께서 다시 주신 생명의 기회를 선교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린다 한씨가 교우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아들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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