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칼럼에서 만약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이 1월 20일 대통령 선서를 경홀하게 다루었다가 바로 다음날 저녁에 백악관으로 초치(?)되어 오바마 대통령이 선서를 두 번 하게 만든 오점 때문에 사직이라도 하는 일이 있게 되면 미국 정치에 또 다른 지각변동이 올는지도 모른다고 쓴 근본 이유는 대법원의 헌법 해석권 때문이다. 부시가 임명한 로버츠와 얼리토는 앤토닌 스칼리아(레이건 임명)와 클라렌스 토마스(아버지 부시 임명)와 더불어 보수 일변도적인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진보적인 대법원 판사들로는 존 폴 스티븐스(포드 임명), 데이비드 수터(아버지 부사 임명), 루스 베이터 긴스버그(클린턴 임명), 그리고 스티븐 브라이어(클린턴 임명)가 있어 4대 4로 팽팽하게 대립각을 이루기 때문에 중도적이랄 수 있는 앤소니 케네디(레이건 임명)가 어느 쪽이 이기느냐를 결정하는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가지고 있다.
물론 위의 임명권자 이름 나열에서 볼 수 있듯이 대법원 판사들이 일단 종신직으로 인준되면 반드시 임명권자의 정치성향대로 판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87세인 스티븐스와 홍일점인 긴스버그(76세)가 사직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있는 가운데 만약 로버츠가 어떤 이유에서든 물러선다면 오바마는 3명의 후임자를 대법원으로 보낼 수 있어 정말 대법원을 오바마의 형상대로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1929년 증권시장의 붕괴에 뒤따른 1930년대의 경제 대공황 속에서 1932년에 대통령에 당선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으로 25%의 실직율 및 농민과 노동자의 수입 감소 60% 등으로 불안한 사회를 바로잡으려 했다. 그때 번번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게 대법원이었다. 예를 들면 의회에서 통과된 1935년의 역청탄 보존법은 광부들의 최저임금과 최장 노동시간을 정해서 광부들을 보호하고자 했지만 대법원은 6대 3으로 그 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1936년 대선 때까지 대법원은 경제회복을 위한 뉴딜 프로그램 중 여섯 개의 연방법을 무효화시켜버렸다. 또 대법원은 5대 4로 여자들의 최저임금을 마련한 뉴욕법도 위헌판결을 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지만 은퇴노후연금과 실직수당을 마련한 (연방)사회보장법마저 사문화시켰다. 1936년에 압도적으로 재선된 루즈벨트가 대법원이 5대 4 아니면 6대 3으로 뉴딜 법들을 사장시켜온 것을 막기 위해서 1937년 2월에 대법원 판사 수를 6명까지 증원시키도록 추진하겠다고 중대발표를 하게 된다.
그 때문이었는지 또는 국가 위기 중 대법원의 판결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표출된 압도적 다수의 민의에 반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자각심 때문이었는지 1937년부터 연방 대법원은 180도 방향전환을 한다. 뉴딜 입법들이 주 소관의 분야를 연방 정부가 침해해서 위헌이라는 판례들을 1년도 못 되어 뒤엎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노동조합운동을 했다고 해서 해고된 직원들을 복직시키라는 전국(연방)노동관계기구(NLRB)의 어느 회사에 대한 명령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는 판결이 있다. 미국 속담에 ‘제 때에 한 바늘 꿰매면 아홉 바늘(쓰는 것)을 절약, 또는 보호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A stitch in time saves nine.) 그 말을 바꾸어 ‘(대법원 판사)한 사람이 마음을 변해 아홉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A switch in time saves nine)라고 비꼬던 말이 이해가 되는 역사의 한 장이었다.
오바마가 대법원 판사를 몇이나 임명할 수 있는가가 중요 관심사인 이유는 대법원의 결정이 미국사회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 때문이다. 35년 전 대법원이 낙태를 합법화시킨 이래 낙태로 희생된 태아들이 수천만 이상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그렇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