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2주반도 못 되어 비교적 솔직한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마스 대슐 보건후생부 장관 지명자가 낙마했기 때문이다. 대슐이 누구인가? 연방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를 지냈던 워싱턴 정가의 실력자로 자기 자신은 공화당의 집중 공격으로 재선에 실패하고 오바마가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던 4년 전 자기의 뛰어난 보좌관들을 모두 오바마에게 보냈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오바마를 지지해서 오바마의 오늘이 있게 된 데에 수훈갑을 한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오바마의 의료개혁 공약 실천을 주도할 주요 장관직이었기 때문에 장관으로서 유일하게 백악관에 집무실까지 배정받을 정도로 신임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로비스트가 워싱턴을 주무르는 관행을 맹비난하면서 개혁과 변화를 기치로 내세워 대선에 성공한 오바마가 대슐을 임명했던 게 애당초 대단한 자가당착이었다. 왜냐하면 대슐이 어느 법률회사에 적을 걸어 1년에 100만 불 수입을 올리고 친구가 하는 어떤 언론계 투자회사에 이름을 두어 또 100만 불을 버는 현상이 바로 로비스트 행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로펌에서 그를 어는 법정 사건의 변호인으로 법원 출입을 하라고 시킬 리가 없다.
그러나 대슐은 약 2년 동안에 500만 불의 수입을 올렸다고 해서 낙마한 것이 아니라 친구가 매일 그에게 리무진과 운전사까지 제공하는 혜택을 베푼 것을 수입의 일부로 세금보고를 하지 않는 등 도합 13만 여 불의 세금부족액을 장관임명 발표 후인 1월에 가서야 부랴부랴 냈기 때문이었다. IRS를 관장하는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국제통화기금에 근무했을 당시 소셜 시큐리티 세금을 안 냈기 때문에 말썽이 되었었는데 금융회생과 경제회복에 그가 꼭 필요한 인재라고 강조해서 인준을 받게 한 직후이고, 또 같은 날 관리예산청(OMB) 차장 자리에 임명되었던 사람이 역시 세금 문제로 자진 철회를 했기 때문에 대슐에게는 물러날 수밖에 딴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사족을 달자면 대슐이 원내총무 시절에 운전사 딸린 관용차 사용이 몸에 배어서 생긴 일일 수도 있다. 더 사족을 달자면 535명의 연방 의원들 중 운전사과 관용차 사용을 제공 받는 사람들은 두 손으로 꼽힐 숫자도 아니다. 한국 국회의원들 숫자는 미국 인구 대 의원 수로 볼 때 100명이 조금 넘으면 마땅하고 보통 의원들에게는 관용차와 운전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예산 낭비가 팍 줄어들 것이다.)
2월3일 오바마가 3대 TV 네트워크 등 5명의 앵커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회견을 한 워낙의 목적은 하원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서만 통과되었으나 상원에서는 아직도 토론 대상이 되고 있던 8,000억 불 경기부양법안의 조기 통과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바로 전날 대슐에 대해 절대적 지지를 표명했던 오바마에게 앵커들이 그 문제를 집요하게 추궁하자 오바마는 “I screwed up.”이라는 속어로 대답한다. 내가 망가뜨렸다, 또는 내 잘못이다 라는 표현이다.
상원에서는 8,000억 불이 9,000억 불로 늘어나는 등 공화당 의원들만이 아니라 보수적 민주당 의원들 중에서도 경기부양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지방 이기적인 프로그램이 많이 들어있고 1조 달러에 달하는 적자예산이니까 깎아야 한다고 연일 구수회의가 열리고 있다. 취임 초에는 80여 표로 상원에서 통과되리라 낙관했던 것이 60표만 받아 통과되면 다행이라고 되었으니까 임기 3주째가 아니라 몇 달이 지난 느낌마저 준다. 하원에서 통과된 것과 상원에서의 법안 사이의 차이점을 절충 해결하기 위해 두 입법처의 상임위원회의 중진들로 구성되는 임시위원회(Conference Committee)가 구성되어 갑론을박을 거칠 터이니까 오바마가 초조해질 만하다. 초당적인 협조 메시지가 대선에서 표출된 변화를 원하는 민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타령으로 바뀌기까지 되었다. 오바마의 머리 세는 것은 시간문제다.
남선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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