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 순 연방 노동부 선임경제학자 글로벌 소사이어티 자문
지난달 26일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미국 연방정부 예산안을 발표하였다. 예산의 총규모가 3조6,000억 달러로 GDP의 24.8%나 되고, 적자규모가 1조7,500억 달러로 GDP의 12.3%나 되는 역사상 기록적인 예산안이다.
어느 나라든지 국가의 예산은 그 나라의 국정철학이 배어 있고 구체적으로 그 내용이 열거되어 있어서, 예산안을 정책적 안목을 갖고 들여다보면 해당 정권의 국정운영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2010년 예산규모와 적자규모가 방대하게 늘어난 것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증유의 경제위기라고 하는 어려움을 회복하기 위한 스티뮬러스와 베일아웃의 경제회생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비용이 포함된 것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캠페인 때부터 부르짖었던 오바마의 기본국정철학을 반영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오바마의 2010년도 예산국정철학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진보주의(자유주의, Liberalism)에 입각한 국정방향이다. 두 가지의 국정방향이 이를 말해 준다.
첫째, 국가의 부를 부유층에서 중산층 이하의 국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공정(Fairness)과 평등(Equality)을 강조하는 국정방향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단기적으로 적자를 늘리는 것은 가정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부여하고 우리 경제를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역설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2차대전 후 60여 년 동안 미국경제의 역사를 2개의 시기로 대별할 수 있다. 전후 30년 동안 정부의 역할이 커졌고 불공정/불평등이 많이 줄었던 시기와 그 후 30년 동안 정부의 간섭이 줄어들고 소득격차가 많아 늘어났던 시기를 말한다. 전자의 시기를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의 경제정책시기라고도 하고 후자의 시기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정책시기라고도 명명한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경제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케인즈적인 경제정책을 수행했고, 레이건 대통령은 그 당시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하여 보수주의적인 경제정책을 감행한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30년 만에 오바마 대통령은 전자에 가까운 국정방향을 채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 가족소득이 25만 달러 넘는 300만 가정, 석유/개스/다국적기업, 헤지펀드관리자 등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어 들이고, 중산층 이하의 국민들에게 의료혜택과 공교육과 직업훈련의 혜택을 늘린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둘째, 국민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정부의 투자를 강조하고 증강하는 국정방향이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21세기에 미국을 더욱 강하게, 더욱 경쟁적이게, 더욱 변영하게 만들 투자-오랫동안 무시해 왔던 투자를 희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오바마 대통령의 역설이 바로 이를 주장한 것이다.
오바마의 2010년도 예산안은 기록적인 1조7,500억 달러 적자를 부담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비 건강보험 소유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보건개혁에 6,340억 달러를 투자하고, 교육혜택 증가와 비석유 의존 에너지 개발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을 포함하고 있다.
미증유의 금융/경제위기를 당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공적투자의 필요성이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장기경제성장을 위한 경제원론적인 입장에서 관찰해 볼 때에, 공정/평등과 공적투자를 강조하는 국정방향을 중시하고 있는 오바마의 2010년도 예산 국정철학이 너무 진보/자유주의적인 쪽으로 기운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소리가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경제성장/번영의 근간이 되고 정부의 역할은 치료적이 되어야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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