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필자는 미국 대선과 워싱턴 지역 한인 연합회장 선거를 앞두고 마침 서울에 머물게 되어 「서울에서 생각하는 워싱턴의 지도자」라는 제목으로 지도자에 대한 짧은 소견을 본란을 통하여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그 이유는 많은 전직 지도자들이 이민 초기의 어려움을 딛고 희생과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선진적이고 시범적이 되어야 할 워싱턴 지역에서 오히려 세대교체는 정체되고 활성화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화는 이루어 지지 않은 채 구태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선거의 달 11월을 거치면서 가뭄에 단비처럼 신선한 두 젊은이의 행태가 눈에 띄어 이를 함께 반기며 기리고자 이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 분은 독도수호특위의 위원장으로 수고하시는 1.5세대 최정범 씨 입니다.
11월 초 본국의 유관 방문단과 우리 지역의 주요 인사 250여명이 만장한 회의 말미에 등단한 그가 “나는 사심 없이, 정말로 사심 없이 국토의 한 자락을 사수하는데 한 몫을 하고자 하니 부디 믿고 도와달라”는 호소는 차라리 비장한 절규가 되어 우리를 숙연케 했었습니다.
아는 이들의 평을 모아보면 그는 1.5세 영어권에다 순발력과 조직력, 그리고 개인적 사업의 성공으로 재력마저 갖춘 위에 명예욕을 스스로 경계하는 지혜를 지녔다 하니 오랜만에 보는 희망의 싹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미 정부 관계 기관에 직접 찾아 다니며 로비를 하여, 실천하고 행동하는 지도자의 자질을 보여 주니 좋은 지도자가 될 소양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자는 정작 최정범 씨와 자리를 맞대어본 교분이 전혀 없었는데도 독도 문제 발발 직후 ‘최 위원장께서는 독도 문제의 궁극적 해법을 교육에 두고 있다’는 전언과 함께 필자로 하여금 교육계를 대표해서 꼭 토론회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을 받고 아연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어느 가정, 어느 사회,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교육은 최선의 투자처이며 최우선의 사업이라는 부동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수많은 동포지도자 중에 교육을 주창하며 교육 지원에 흔쾌히 나섰던 이가 떠오르지 않는 아쉬움은 그만 두고라도, 오히려 교육을 우습게 보는 일그러진 논객이 적지 않았던 우리의 현실에서 교육 우선의 견해는 분명 크고 원대한 계획을 그릴 수 있는 희망의 자질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젊은이는, 연합회장 선거에 출마하여 산뜻하게 패배한 홍일송 후보입니다.
추후의 기사를 보니 홍 후보는 불과 2만여 불의 선거자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며 물러남으로써 ‘뒷말이 없는 돈 안 드는 깨끗한 선거’의 본을 보여 기성세대를 부끄럽게 하며 촉망 받는 젊은이로 스스로 자리매김하였으니 아름다운 일입니다.
필자는 결코 이 두 젊은이가 모든 면에서 옳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또 그렇게 판단할 위치에 있지 못함을 잘 압니다. 단지 가능성이 보이는 좋은 싹일 수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이들이 좋은 리더로 자라나는 데는 본인들의 노력 뿐 아니라 주위에 있는 분들의 사심 없는 충고와 애정 어린 격려가 필요하며 본인들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더 많은 다수(대중)를 위하는 방안을 구별해 내는 지혜를 연마하여 스스로 인의 장막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알고 보니 이 두 젊은이 모두 그 험난하고 지루했던 위안부 문제를 풀어내는데 힘을 보탰던 분들이라 하니 대의(大義)를 지향하는 이들이 눈에 띄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분의 아름다운 발전을 기대합니다.
이내원
워싱턴 한국학교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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