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도취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입을 맞추려고 물에 입을 갖다 대고, 목을 어루만지기 위해 물에 손을 넣어보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르시스는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결국 죽음을 맞았다. 그가 겪은 자아도취 증이 청소년 사이에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청소년 저널 최근호에 실린UC-어바인 연구자료에 의하면 대학생 과반수가 강의실에 나타나기만 하면 B, 과제물을 제출만 하면 노력의 댓가로 A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학생들로 하여금 “나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과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게 했을까. 70년대부터 시작된 자긍심 (self-esteem) 운동은 과잉칭찬을 낳았고, 그것은 급기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냈다. 고래를 칭찬한 이유가 관객을 위한 쇼라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 부모들은 무조건적인 칭찬을 퍼붓기 시작, 자녀들로 하여금 “나는 세상의 중심에 서있다”라는 자아도취에 빠지게 했다.
칭찬에 마취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두 시어머니를 모시는 신세가 되었다. 첫째 시어머니는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항의하면 학생의 모든 과제물과 시험에 매겨진 점수를 일일이 설명하고, 다른 학생들의 점수와 비교하여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대학 당국이다. 두번째 시어머니는 낮은 점수를 준 교수를 향해 학기말 평가 때 “두고 보자”고 벼르는 학생들이다. 하버드의 하비 맨스필드 교수는 교수들이 학생의 과반수 이상에게 A학점을 주는 것을 한탄했지만, 학생을 가르치고 정직하게 평가하는 일 보다 그들을 격려하고 분위기를 띄어주는 카운셀러 혹은 심리치료사 기능을 우선으로 해야하는 교수로서는 거품점수를 주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다.
샌디에고 대학의 트웬지 심리학 교수는 부모로부터 과잉칭찬을, 학교로부터 거품점수를 받고 자란 청소년들은 성공에 대해 왜곡된 기대감과 자신감을 갖게 되며, 그것은 자만심으로 전락된다고 분석하고, 자신의 기대치에 벗어나는 결과를 보면 그들의 나르시시즘은 좌절감으로 돌변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월간 과학전문지인 ‘과학적 미국’은 “자긍심을 부추기면 학생의 콧대가 높아져 오히려 위험한 짓을 더 하고 성적도 떨어진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것은, 이미 17세기 영국의 작가 오웬 펠담이 경고한 “칭찬은 사람의 연약한 두뇌에 현기증을 일으켜 더욱 교만하게 만들기도 한다”가 현실적으로 검증된 것으로 볼 수있다.
“호로비츠의 화신”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명성을 떨치는 피아니스트 랑랑을 키워낸 아버지 랑궈런은 기자회견에서 “아이들은 교만해지기 쉽다. 선천적으로 이기적이라서 자아방어에 충실하다. 그래서 평소에 교만의 싹이 보이면 바로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그는 자만심에 가득 차 연습을 게을리하는 랑랑에게 “그래서는 네가 원하는 음학원에 갈수없다”고 꾸짖으며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든지, 약 먹고 죽어라”고 아들을 밀치며 약병을 던진 적이 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우리는 피부로 느끼고 있다. 부풀린 점수, 거품 칭찬을 받은 학생이 후에 학교와 가정과는 다른 기준치와 가치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에 진출하면 어떻게 될까. 오늘의 A는 내일의 Abnormal을 뜻할 수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 즉시 고개만 돌렸어도 나르시스의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물에 떠있는 환상을 끝까지 갈망하는 그의 어리석음이 아직도 도처의 물구덩이에서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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