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대선 후보시절 내걸었던 공약들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로비스트 출신을 행정부의 요직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전직 로비스트들을 백악관의 주요 직책에 앉힌 것이다.
또 취임후 18개월 내에 이라크 주둔 전투병력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철군 일정이 늦춰짐으로써 공약의 완벽한 이행이 불가능해졌다.
관타나모 수용소 내 군사법정의 폐지 공약을 최근 뒤집은 것이나, 수용소 내에서 행해진 가혹행위를 보여주는 사진의 공개 방침을 철회한 것도 오바마의 말 바꾸기 사례에 해당한다.
미국의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1일 이러한 사례들 이외에 일반인들이 거의 주목하지 않은 오바마의 말 바꾸기 사례들이 적지 않다고 보도하면서 `당신이 모르는 오바마의 식언’ 사례들을 정리, 소개했다.
지난해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오바마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생포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최우선과제가 돼야 한다고 선언했지만 올해 1월 초 한 인터뷰에서는 빈 라덴의 생포 또는 제거가 미국을 보호하는 우리의 목표에 반드시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몇 달 후 아프가니스탄에 병력 증강 계획을 발표할 때는 빈 라덴에 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우주인을 달이나 화성 등에 직접 보내는 우주탐사 계획에 관한 오바마의 약속도 180도 확 달라졌다.
대선 유세 초반 오바마는 우주인을 달.화성 등에 보내는 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위험이 수반된다는 점을 들어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우주탐사 계획을 보류시키고 대신 관련 예산을 교육분야에 투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항공우주 관련 산업이 근간인 플로리다와 텍사스, 오하이오 등지에 걸린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것이 대선 승리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인식하고는 NASA의 예산삭감 공약을 슬그머니 바꿔 무인우주탐사 계획과 여타 과학적 목적의 우주탐사 계획에 예산을 할당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어 취임 후에는 태도가 완전히 돌변, NASA의 예산 증액과 함께 달에 다시 우주인을 보내고 유인우주탐사 계획을 적극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상원의원 시절 오바마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이 숨진 것은 터키에 의한 학살이라고 주장했으며 대통령으로서 아르메니아 학살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최근 터키 방문 때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세금문제를 둘러싼 식언 사례도 쉽게 확인된다. 오바마는 연 소득이 25만달러가 넘는 자영업자들에 대해 세금을 인상하되 이에 따른 보상책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양도소득세의 폐지와 고용을 신규로 확충할 경우 직원 1인당 3천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 방안의 시행이 보류된 상태다.
이밖에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서명하기 전 5일간의 검토기간을 두겠다고 약속했지만 백악관 입성 후 첫 법안 서명 때부터 이 약속은 깨졌으며, 군대에서 동성애자에 관한 정책인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는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는 이 정책을 유지하는 쪽으로 기운 상태다.
백악관의 데이비드 액설로드 선임고문은 최근 폴리티코와의 회견에서 오바마의 국정운영 방식은 대선후보 때의 노선과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주장했지만 후보시절의 공약과 현 행정부의 정책을 대강만 비교해봐도 액설로드 고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금방 확인된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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